박병호의 첫 바주카포 세리머니 후기 “후배들이 부러웠다”

입력 2020-08-06 21: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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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4회말 2사에서 키움 박병호가 솔로 홈런을 쏘아 올리고 있다. 고척|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감독이 ‘믿음’이라는 선택지를 결정하긴 결코 쉽지 않다. 수많은 감독들은 부진한 선수를 믿는 것이 대체 선수를 투입하는 것보다 몇 배 더 어렵다고 토로한다. 그럼에도 반드시 살려야 하는 선수에겐 믿음 이상의 선택지가 없다. 선수가 믿음에 보답하는 유일한 방법은 결과다. 손혁 키움 히어로즈 감독(47)은 팀 4번타자에게 꾸준한 신뢰를 보냈고, 박병호(34)는 조금씩 응답하고 있다.

키움은 6일 고척 KT 위즈전에서 3-2로 승리하며 다시 연승가도에 올라섰다. 기본적으로 마운드 높이에서 앞섰다. 선발투수 한현희는 7이닝 4안타 5삼진 2실점 완벽투로 시즌 6승(5패)째를 챙겼다. 3-2로 근소하게 앞선 8회초 1사 1·2루 위기에 등판해 리그 최고타자인 멜 로하스 주니어를 삼진, 강백호를 뜬공으로 돌려세운 이영준의 가치도 빛났다.

그 과정까진 박병호의 한 방도 결정적이었다. 박병호는 1-2로 뒤진 4회말 주자 없는 상황에서 좌월 솔로포를 때려냈다. 시즌 18호 아치. 7월 18일 인천 SK 와이번스전 이후 19일만의 ‘손맛’이었다.

박병호는 명실상부 키움의 상징이다. 가장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는 만큼 책임감과 부담감을 모두 짊어져야 하는 위치다. 주전으로 도약한 뒤 처음 겪는 기나긴 슬럼프에 스트레스가 상당할 법하다. 내적으로는 극심한 부담을 느낄 테지만, 이를 밖으로 티내지 않고 있다. 박병호만한 선수가 자신의 기록 부진에 짜증을 낸다면 팀 분위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답답한 성적에도 팀을 위해 웃는 것이다. 손혁 키움 감독도 고마움을 전했다.

이젠 리더의 역할은 물론 간판타자 역할까지 되찾고 있다. 홈런만큼 값진 것은 2볼넷이었다. 박병호가 한 경기 볼넷 2개를 골라낸 건 7월 17일 인천 SK전이 마지막이었다. 마지막 홈런과 비슷한 시기다. 타격 밸런스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있다는 의미다.

리더 역할은 정작 자신의 위치를 내려놓으며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 박병호가 슬럼프에 빠진 사이 키움은 새로운 홈런 세리머니를 개발했다. 홈런 친 선수가 덕아웃으로 들어오면 구비된 장난감 총을 쏘는 유쾌한 액션이다. 바주카포 세리머니 도입 이후 홈런이 없던 박병호는 내심 부러움을 느꼈다. 박병호는 경기 후 “사실 어떻게 쏘는지 몰라서 애를 먹었다”고 너스레를 떤 뒤 “바주카포를 쏘는 후배들이 부러웠다. 즐겁게 하는 데 동참하고 싶었다. 후배들이 내게 가까이 다가와주는 게 너무 고맙다”고 밝혔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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