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가 나도 질주한 서울의 연승 행진…살아난 위닝 멘탈리티

입력 2020-08-09 15: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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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前 FC서울 감독과 김호영 現 감독대행.

패배가 익숙했던 악몽의 시간은 잊어도 될 것 같다. K리그1(1부) FC서울이 달라졌다. 실수를 밥 먹듯 하고, 잘 버티다가 실점하면 와르르 무너지던 모습이 아니다.

7월만 해도 서울은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6월 27일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에 1-0으로 이긴 뒤 4경기 연속무승(1무3패)에 그쳤다. 그 사이 FA컵에선 포항 스틸러스에 홈에서 1-5로 대패하며 4강 진출에 실패했다.

결국 최용수 전 감독이 물러났다. 쉼 없이 달린 스스로에게 쉼의 기회를 주기 위해, 동력을 잃어버린 친정팀에 마지막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 깨끗이 떠난 사령탑의 바람이 통했다. 이후 서울은 거짓말처럼 2연승을 거뒀다. 14라운드 성남FC전에서 2-1로 이긴 뒤 안방에서 치른 15라운드(7일) 강원FC전에서 2-0 완승을 거뒀다. K리그2(2부) 강등을 걱정하는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경기력이 달라졌다.

성남 원정에선 투지가 돋보였다. 온몸을 내던지며 상대의 공세를 차단했고, 필요할 때 한 방씩 꽂아 값진 승점 3을 챙겼다. 강원전은 또 달랐다. 강원이 자랑해온 리드미컬한 플레이와 빌드업 축구를 오히려 서울이 선보였다.

활동량도 많았다. 발과 다리를 문지르는 선수들이 자주 눈에 띌 만큼 많이 뛰었다. 볼에 대한 집념도 대단했다. 몸으로 공을 막았고, 악착같이 경합했다. 그간 볼 수 없던 장면이다. 여기에 공간이 열리면 지체 없이 공을 투입했다. 공격의 기본은 전진이다. 상대를 등지고 볼을 잡으면 그만큼 시간과 템포를 잃어버린다. 그런데 서울은 항상 강원 진영을 바라봤고, 위험 상황도 많지 않았다.

전술 변화가 통했다. 중원과 측면이 강화된 4-2-3-1이 이제 기본 포메이션으로 자리 잡았다. 주로 최전방으로 나서던 조영욱이 이 과정에서 측면에 배치됐다. 그간 주로 활용한 스리백은 안정을 주지만 공격전개가 어려운 아쉬움이 있었다.

과감한 선수활용도 인상적이다. 특히 ‘신예 공격수’ 정한민이 돋보인다. 서울 유스인 오산중~오산고를 나온 그는 성남전 69분에 이어 강원전에선 후반 39분까지 출전시간을 늘렸고, 프로 데뷔골까지 터트려 기쁨이 배가됐다. 김호영 감독대행은 “제한적 움직임이 아닌 창의적인 플레이를 주문한다. 아직 기량을 100% 보이지 못한 선수들이 많다”며 더 과감한 기용에 무게를 실었다.

서울은 잃어버린 ‘위닝 멘탈리티’를 되찾았다. 하위권에서 탈출한 것은 물론 상위권도 넘볼 위치에 올랐다. 그 무엇보다 가장 큰 소득이다. 더욱이 서울은 ‘기성용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더 강해질 일만 남은 서울이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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