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안전지대? 한국야구 모두는 또 한 번 ‘저력’을 증명했다

입력 2020-08-10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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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야구장. 스포츠동아DB

개막조차 불투명했지만 단 한 차례의 중단 없이 리그의 반환점을 돌았다. 전 세계를 괴롭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적어도 KBO리그에서만큼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거저 얻은 결과가 아니다. 관중입장 확대는 철저한 의식에 주어진 선물이다.

야구장 밖에서 발만 동동 굴렀던 팬들에게는 보름새 두 차례 희소식이 전해졌다. 5월 5일 개막한 KBO리그는 약 3개월간 무관중으로 시즌을 치렀다. KBO와 10개 구단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등의 세계적 대확산) 상황에서도 팬들이 야구를 직접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며, 관중석에선 음식물 섭취와 육성응원도 제한했다. 그 결과 7월 26일부터 구장별 수용가능인원의 10% 이내에서 관중입장이 허용됐다. 별다른 사고가 벌어지지 않자 문화체육관광부는 입장 허용범위를 최대 30%까지 늘렸다. 10% 입장 보름 만인 11일부터 최대 30%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게 된다.

그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 시국의 직관’이기에 크고 작은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구장에선 관중이 마스크를 거듭해서 내렸고, 보안요원의 3차례 지적에도 이를 따르지 않아 퇴장당하기도 했다. 5년 이상 경력의 수도권 A팀 보안요원은 “KBO가 확실한 지침을 내려준 덕에 우리도 원칙대로 관중들에 대처하고 있다”며 “QR 코드를 통한 입장 등 기계가 많이 도입됐다. 접촉불량으로 시간이 조금 지연되긴 하지만 큰 무리는 없다”고 밝혔다.

롯데 자이언츠는 사직구장 관중석의 일부 구역만 예매 오픈해 거리두기가 무색한 상황을 자초했지만, 이내 시스템을 재정비했고 지금은 철저한 거리두기로 운영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사건 이후 구단이 철저히 반성했고, 지금은 팬들도 거리두기 매뉴얼을 잘 숙지하고 있다. 앞으로 리그가 끝날 때까지 사고가 벌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고척스카이돔 9경기 중 절반 이상을 찾은 키움 히어로즈 팬 윤준필 씨(33)는 “팬 모두가 낯선 환경이기 때문에 육성응원도 나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모두가 적응하는 느낌”이라며 “답답하긴 하지만 야구를 계속 보기 위해서라도 매뉴얼을 지킬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 KT 위즈 팬 백순성 씨(41)는 아들 성훈 군(8)과 함께 야구장을 찾았다. 부자관계라도 떨어져 관람할 수밖에 없지만 “육성응원 등 큰 재미를 포기하면서라도 야구를 즐기고 싶어 (경기장을) 찾았다”며 “지금처럼 모두가 규정을 준수한다면 더 많은 관중이 들어와도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시즌의 반환점을 돌았지만 구성원 모두가 철저한 방역의식을 지키고 있어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 연이은 확진자 발생으로 일정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ML)와 일본프로야구(NPB)에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한국야구 모두는 또 한 번 저력을 증명하고 있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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