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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에서도 놀랄 만큼 괴이한 장마의 연속. 결국 KBO가 더블헤더 조기시행이라는 칼을 빼들었다. 11월까지 포스트시즌을 포함한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기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현장에서도 어쩔 수 없다며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쉬움은 감출 수 없다.
KBO는 11일 “유례없이 길어진 장마로 우천취소 경기가 늘어 9월 1일 시행 예정이었던 더블헤더 편성을 일주일 앞당겨 25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25일부터 우천취소 시 이튿날 더블헤더를 시행한다. 이동일인 경우 동일 대진 둘째 날 더블헤더가 편성된다.
10일까지 리그 전체 44경기가 취소됐다. 더블헤더와 월요일 경기로 9경기를 소화했기 때문에 35경기가 남아있다. 이 중 롯데 자이언츠가 10경기로 가장 부담이 많다.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가 3경기를 남겨두고 있으니 차이가 크다. KBO가 미리 정한 롯데의 예비일은 14일이다. 장마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여유가 없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11일 사직 NC 다이노스전을 앞두고 “아무래도 선수 부상이 가장 염려된다. 선수들은 구단의 자산이다. 좋은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보호가 필요하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전날(10일) “선수의 체력이 떨어지면 부상 위험이 세 배 가까이 높아진다. 때문에 경기 질이 나빠질 수 있다. 팬들은 경기를 보러 오기도 하지만, 결국 선수를 보러 오는 것”이라고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동욱 NC 감독의 생각도 비슷했다. 이 감독은 “룰이니까 따라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더블헤더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체력소모가 많다. 그나마 18일 엔트리가 5명씩 확대되는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적은 경기를 남겨둔 팀은 더블헤더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덜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를 반기는 것은 결코 아니다. 감독 이전에 야구인이기 때문이다. 나란히 3경기씩의 부담이 남은 손혁 키움 감독과 류중일 LG 감독의 생각은 비슷했다.
손 감독은 “우리 팀만 생각하면 안 된다. 리그 전체를 보면 육체적 피로가 늘어나 부상자가 많을 것이다. 더블헤더를 하다보면 버리는 경기는 확 버리게 돼 팬들이 극단적인 경기를 보게 된다”고 아쉬워했다. 류 감독도 “장마가 끝난 뒤 굉장한 무더위가 온다고 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더블헤더를 한다? ‘글쎄’다”라며 “결론이 났기 때문에 따라야 하지만 걱정이 앞서는 건 사실이다. 경기수를 줄였으면 좋겠지만 그건 또 쉽지가 않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