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인터뷰] 사직구장에서 가장 시끄러운 최고참…‘이대호’라 쓰고 ‘베테랑의 존재가치’로 읽는다

입력 2020-08-1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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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대호. 스포츠동아DB

2018년, 롯데 자이언츠는 개막 10경기에서 1승10패를 기록하는 등 시즌 초반부터 하위권에 처졌다. 시즌 막판 약진으로 5강을 따라붙긴 했지만 결국 7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그해 이대호(38)는 “더 이상 나, 손아섭, 전준우만 스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후배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이대호의 바람은 지난해에도 이뤄지지 못했다. 이대호가 ‘커리어 로우’로 처지자 팀 전체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롯데는 2004년 이후 15년만의 꼴찌를 기록했다.

롯데에 뎁스라니! 낯선 반가움에 대하여
올해는 이대호가 바라는 롯데에 한층 근접해졌다. 이대호와 손아섭, 전준우는 여전히 중심을 잡고 있다. 아울러 프리에이전트(FA)로 팀에 합류한 안치홍과 딕슨 마차도가 공수에서 팀을 지탱하는 중이다. 여기에 지난해까지 1군에서 활약하지 못했던 정훈, 한동희까지 등장했다. 마운드에서도 ‘클로저’ 변신에 성공한 김원중을 필두로 구승민, 박진형, 서준원 등 젊은 피의 성장이 무섭다.

11일 사직 NC 다이노스전에 앞서 만난 이대호는 “이제는 짐을 나눌 수 있는 선수들이 많아졌다”는 말로 롯데의 두터워진 뎁스를 설명했다. “팀은 간판 한두 명이 잘한다고 성적을 낼 수 없다. 잘하는 선수가 많을수록 우승에 가까워진다. 지금 우리 팀은 오늘 못 치는 사람이 내일 잘 쳐서 이기고 있다. 동반 상승효과가 있다. 그러면서 팀이 강해지고 있다. 나도 부담을 덜고 즐겁게 하는 중이다.” 이대호의 설명이다.

롯데 이대호와 롯데 선수단. 스포츠동아DB



지더라도 대등하게, 롯데의 저력
이대호는 야수 최고참이지만 덕아웃에서 가장 시끄러운 선수 중 한 명이다. 지명타자로 나서는 날에는 허일, 정훈과 함께 연신 파이팅을 외치느라 목이 쉴 지경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 지휘봉을 잡아 이대호와 처음 호흡을 맞추는 허문회 감독은 “(이)대호가 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대호의 승부욕이 선수단 분위기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고마워했다. 이대호는 “시즌 초반 팀이 슬럼프에 빠졌을 때도 (파이팅은) 마찬가지였다. 감독님은 덕아웃이 시끄러운 걸 좋아한다. 이처럼 재밌게 야구를 하다보니 긴 연패가 없다”고 밝혔다. 이대호의 말처럼 롯데는 올해 4연패가 최다다.

“경기를 보면 알겠지만 쉽게 패한 건 한두 번에 불과하다. 지더라도 대등하게 경기했기 때문에 지금 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지금은 설령 한 경기를 지더라도 ‘내일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전반적으로 퍼져있다.”

허 감독의 신뢰는 선수단을 춤추게 만든다. 이대호는 “일반적으로 사람은 성적이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감독님은 직접 한 말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선수들에게 루틴을 강조했고 이를 지키도록 배려해준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선수들이 전부 감독님을 믿고 따르고 있다”며 “감독님이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주셨다. 좋은 감독님, 코치님과 함께 성적을 내 최고의 팬들과 함께 성적을 완성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대호라 쓰고 베테랑의 존재가치로 읽는다
리그 전반적으로 베테랑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직접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이대호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2020년 이대호는 ‘이대호’라 쓰고 ‘베테랑의 존재가치’로 읽어도 좋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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