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퇴역마 위해 은퇴설계 나선 한국마사회

입력 2020-08-1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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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로에서 은퇴한 퇴역마들은 대부분 승용마, 번식용, 교육용 등으로 전환되어 제2의 마생을 살게 된다. 승용마 전환을 위해 순치 조련교육을 받고 있는 퇴역마.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승용마·교육용 등 진로 다양
일본경마회, 승용마 전환 지원
마사회, ‘말 이력시스템’ 구축
경주로에서 은퇴한 말들을 경주 퇴역마라고 한다. 전체 경주 퇴역마 중 대부분이 승용마, 번식용, 교육용 등 다른 커리어로 제2의 마생(馬生)을 시작한다.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퇴역마들은 ‘마생 이모작’을 위해 훈련을 다시 받기도 한다. 일부 퇴역마들은 ‘은퇴 이민’도 준비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퇴역마 관리는?
말의 평균 수명이 약 25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주 퇴역마 활용 방법은 전 세계 경마계의 어려운 숙제다. 미국, 영국, 프랑스처럼 말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국가들은 말 소유주의 의사에 따라 번식용, 승마용, 도축으로 퇴역마 용도를 결정한다. 대부분의 퇴역마들이 승마용으로 용도가 결정되고, 승용마 전환 프로그램을 통해 재훈련을 받는다. 이 프로그램은 경마 관계자들이 모은 기부금으로 운영된다.

일본도 경주 퇴역마의 승용마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2009년에 미국의 한 동물권단체가 일본 구마모토 도축장 현장을 공개해 당시 큰 파장이 일었다. 이후 일본중앙경마회는 자국 법과 문화를 반영해 경주 퇴역마를 위한 정책을 독자적으로 수립하고 경주 퇴역마들을 승용마로 재훈련시키는 목장을 지원했다. 현재는 마주와 민간목장 주도로 승용마로의 전환이 활발한 편이다.

경주 퇴역마 직업훈련 거쳐 승용마로
한국마사회는 올해 ‘경주 퇴역마 관리체계 개선 기본계획’을 수립해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퇴역마를 승용마로 전환하는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승용 전환 실용모델을 개발하고, 승용 적합성 대회(BRT)를 개최해 경주 퇴역마의 직업훈련도 지원한다. 올해부터는 승용마 전환 전문 조련 시설을 지정하고 경주마의 소유자인 마주의 신청을 받아 승용마 전환 조련을 뒷받침하고 있다. 경주 퇴역마들이 안전하게 사람을 태울 수 있는 승용마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돕고 승마 저변 확대에 기여하는 정책이다. 올해를 시작으로 5년 후 300두 이상을 승용마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다. 경주 퇴역마 승용전환에 소요되는 비용은 ‘경주 퇴역마 복지기금’으로 운영된다. 경주 퇴역마 복지기금은 퇴역마에 대한 책임의식으로 마주, 조교사, 기수들이 상금의 일부를 기부하고 한국마사회가 매칭해 조성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로 이민 가는 경주 퇴역마
우수한 경주 퇴역마를 수출하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다. 말레이시아, 마카오 등지에서는 경주마를 수입해 경마를 시행한다. 한국의 경주 퇴역마들은 상당한 주행수준과 가격 경쟁력이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마사회는 제주도, 서울마주협회, 말레이시아 로얄사바터프클럽과 4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말레이시아로의 퇴역마 수출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올해 약 30두가 수출될 예정이었으나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검역 문제로 잠시 중단된 상황이다.

말 이력시스템 구축
한국마사회는 지난해부터 말의 전 생애 과정을 추적하는 ‘말 이력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말이 태어나서 경주마로 활동하다 은퇴 이후 생을 마감하기까지 모든 일생을 추적해 말의 용도를 확인하고 보호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시스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반려동물 등록제처럼 말을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하는 말산업육성법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말 이력시스템이 활성화되면 말의 생애주기별 관리가 가능해져 말 복지가 한층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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