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정우영. 스포츠동아DB
LG 트윈스가 8월에 부쩍 힘을 낼 수 있었던 다양한 요인 중에선 정우영(21)의 공도 빼놓을 수 없다. 시즌 초반 고우석이 이탈한 불펜에서 중심을 잡아주며 팀의 추락을 막았다. 덕분에 불펜투수들 중 팀 공헌도는 1위다. 수치로도 증명된다. 17일까지 46.2이닝을 던져 2승1패10홀드5세이브, 평균자책점 2.51이다.
이제 고작 프로 2년차 젊은 투수에게 그동안 너무 많은 부담을 줬던지 류중일 감독은 정우영과 관련해 ‘혹사’라는 단어만 나오면 손사래부터 친다. 1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 때도 팽팽한 흐름상 등판이 유력해 보였지만 마운드에 올리지 않았다. 정우영은 “일요일(16일) 경기를 앞두고 왼쪽 허리가 불편해 쉬겠다고 미리 코칭스태프에게 말했다”고 털어놓았다. 류 감독 역시 18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 앞서 “혹사라는 말이 나올까봐 미리 뺐다”고 설명했다.
정규시즌뿐 아니라 가을야구에서도 큰 역할을 해줘야 할 중요한 존재라 LG 코칭스태프는 물론 구단 차원에서도 정우영의 몸 상태는 중요한 이슈다. 차명석 단장은 정우영에게 “투구 수를 줄여라. 타자들이 네 공을 정타로 쳐서 외야로 보내긴 쉽지 않다”며 다양한 조언을 건네고 있다. 감독과 단장이 앞장서서 그의 몸 상태를 신경 쓸 정도로 비중 있는 존재로 성장한 정우영은 지난 시즌보다 자신의 성적이 좋아진 이유로 2가지를 들었다.
첫째는 고우석 효과. 한동안 소방수 역할을 맡았지만 8월부터 정우영~고우석으로 이어지는 분업화가 공식처럼 됐다. 그는 “내 뒤에 아무도 없고 나 때문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질 때와 내 뒤에 고우석 형이 있다는 것은 큰 차이다. 마음이 편해져서 쉽게 던진다”고 밝혔다.
또 하나는 타자들의 시선에서 확인한 ‘터널링’ 효과다. 2015년 미국 야구분석가 존 로젤이 소개해 알려진 피칭의 터널링 효과는 같은 궤적을 가진 각기 다른 공을 던져서 타자의 타격 타이밍을 빼앗는 기술이다. 같은 투구 자세에서 다양한 공을 던져서 타자의 예측을 방해하라는 것이 과거의 피칭 이론이었다면, 터널링은 이를 더 세분화한 것이다. 투수의 공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통과한 뒤 갑자기 타자에게 나타나는 효과를 준다는 뜻에서 이름이 붙었다. 정우영은 LG 타자들의 눈으로 자신의 피칭에서 터널링 구간을 확인한 뒤 어떤 궤적을 만들어야 할지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잠실|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