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최원준. 스포츠동아DB
자신 앞에 붙었던 ‘임시’, ‘대체’ 타이틀은 스스로 지웠다. 아니 대체 뒤에 ‘불가’라는 단어를 스스로 덧붙였다. 최원준(26)이 올 시즌 두산 베어스 선발진의 대체불가 자원으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두산은 18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9-2로 승리해 KBO리그 역대 2호 팀 2500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타선이 시즌 6번째 선발전원안타를 기록하는 등 골고루 터지며 경기 초반부터 선발투수 최원준의 어깨를 한결 가볍게 만들어줬다. 최원준은 이에 화답하듯 6이닝 4안타 4삼진 2실점으로 시즌 7승(무패)째를 챙겼다. 종전 5이닝만 5차례 던졌던 최원준의 개인 최다이닝이자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QS·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다. 팀 내 다승 순위에선 라울 알칸타라(10승1패) 다음이자 유희관(7승7패)과 동률이다.
두산은 올해 알칸타라~이영하~크리스 플렉센~유희관~이용찬의 순으로 선발진을 꾸렸다. 하지만 개막 한 달 만에 이용찬이 팔꿈치 인대접합수술로 시즌 아웃되며 박종기가 합류했다. 여기에 플렉센마저 햄스트링 통증으로 잠시 이탈했고, 김태형 감독은 최원준에게 기회를 줬다. 올 시즌 첫 15경기에 구원등판해 17.2이닝 평균자책점(ERA) 7.64로 고전했지만, 믿음을 보냈다. 이때만 해도 최원준은 어디까지나 ‘임시 선발’이었다. 6월 12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서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내며 임무를 완수한 뒤 불펜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용찬의 대체자로 낙점된 박종기가 고전을 거듭하자 김 감독은 다시 최원준 카드를 꺼냈다. 이번에는 기회를 확실히 잡았다. 7월 1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따낸 것이 시작이었다. 그리고 이날 롯데전까지 6경기서 5승무패, ERA 3.82로 기대이상의 활약이다. 5회 이전 마운드를 내려간 것은 1경기뿐이다. 최소한의 계산을 세워주고 있다는 의미다.
최원준의 지금 위치는 4선발이지만 리그 전반에 ‘타고투저’ 바람이 거센 상황에서 4선발이 3점대 ERA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는 자체가 큰 가치다. 기회는 갑작스레 찾아왔지만 준비된 최원준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프로에서 한 자리에 영원한 주인은 없다. 반대로 말하면 영원한 도전자도 없다. 도전자 타이틀을 완전히 떼어내고 있는 최원준이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