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연승 동안 2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LG 불펜의 기적

입력 2020-08-20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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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류중일 감독. 스포츠동아DB

최근 7연승으로 가장 뜨거운 팀 LG 트윈스는 지금 자랑할 것이 많다. 이 기간 중 LG 타선은 화끈했다. 61이닝 동안 57점을 뽑아냈다. 경기당 8점을 조금 넘는다. 마운드가 7점 이내로만 막아주면 이길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산술적 표현일 뿐이다. 야구는 숫자로만 단순화하기에는 너무도 복잡한 게임이다.

LG가 자랑할 것은 또 있다. 바로 불펜이다. 7연승 동안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다른 팀들에 비해 강력하다거나 완벽하다는 찬사를 받아본 적은 없지만, 최근 LG 불펜의 선전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들은 12~13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을 시작으로 14~16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을 거쳐 18~19일 다시 잠실에서 KIA를 상대로 26이닝 동안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28명의 불펜투수가 등판해 상대 타선을 완벽히 봉쇄했다. 류중일 LG 감독은 “좋은 현상”이라며 “야구가 그런 것이다. 좋은 투수가 나와서 점수를 주지 않으면 이긴다”고 말했다.

7월까지만 해도 뒷감당을 제대로 못하던 LG 불펜이 환골탈태한 것은 ‘새 얼굴’ 효과다.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불펜에서 이탈했던 선수들이 합류하자 양과 질이 한꺼번에 풍성해졌다. 돌아온 소방수 고우석이 깔끔하게 마무리를 하면서 부담이 사라진 정우영은 한결 편안한 상태로 공을 던지고 있다. 무실점 7연승에 크게 기여한 투수는 베테랑 송은범(36)이다. 한때 ‘방화범’으로 비난도 많이 받았지만, 7월 30일 1군에 복귀한 뒤로는 전혀 다른 투수가 됐다.

류 감독은 “지난해 신정락(한화 이글스)과 트레이드 얘기가 오갈 때 지금처럼 해주리라 기대하고 결정했다. 시즌 초반 몇 경기 선발로 뛰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고, 슬럼프도 있었지만 베테랑답게 해법을 스스로 잘 찾아냈다”고 칭찬했다. 갑자기 좋아진(최근 8경기·9이닝 1실점) 원인에 대해선 “나보다는 본인에게 물어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면서도 “공의 스피드가 빨라졌다기보다는 컨트롤과 슬라이더의 각도가 좋아졌다. 2군에서 심기일전해 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올 시즌 11경기에서 2승2홀드,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 중인 이정용(24)의 가세도 희망적 신호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LG의 1차지명을 받았을 정도로 기대가 컸던 유망주다. 아쉽게도 지난해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아 한 시즌 늦게 데뷔전을 치렀지만 가능성은 크다. 레전드 김용수를 연상시키는 컨트롤과 피칭 능력을 갖췄다. 수술 이후 첫 시즌이라 코칭스태프는 불펜투수임에도 아직은 연투를 시키지 않고 있다. 본인도 부상 재발 우려 탓에 전력으로 공을 던지진 않지만, 두려움만 떨쳐낸다면 김용수와 더욱 비슷한 피칭 폼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2명의 우투수가 가세하면서 LG 불펜의 가용인원은 풍부해졌다. 진해수가 고군분투하는 왼손이 조금 아쉽지만 트레이드 마감시한도 지났다. 이제는 지금의 전력으로 가을야구를 준비해야 한다. 포스트시즌에는 불펜의 역량이 정규시즌보다 더 중요하다. 만약 LG 불펜이 지금 같은 모습만 꾸준히 보여준다면 11월에도 희망은 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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