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최용제가 21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 0-0으로 맞선 9회말 2사 만루서 우전 끝내기 안타를 때려낸 뒤 덕아웃의 동료들에게 세리머니 중이다. 아마추어를 포함해도 생애 첫 끝내기 안타를 친 최용제는 "나도 모르게 나온 액션"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사진제공 | 두산 베어스
프로에서는 물론 아마추어 시절을 포함해도 첫 끝내기 안타. 야구인생 가장 기쁜 순간이라는 스스로의 말이 딱 어울리는 경기였다. 최용제(29·두산 베어스)는 그 순간 퓨처스(2군) 팀 코칭스태프와 동료들을 먼저 떠올렸다.
두산은 21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롯데와 4연전을 2승2패로 마무리한 두산은 최근 2연패, 금요일 5연패에서 벗어나며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인천행 버스에 몸을 싣게 됐다.
선발투수 이승진이 생애 첫 6이닝 투구에 퀄리티스타트(선발투수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초반 싸움을 주도했다. 뒤이어 나온 불펜진 박치국(1.1이닝)~채지선(1.1이닝)~홍건희(0.1이닝)도 실점하지 않으며 버텼다. 그러자 9회말 기회가 찾아왔다. 선두 김재환의 볼넷과 최주환의 희생번트, 김재호의 고의4구에 신성현의 볼넷으로 안타 하나 없이 1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대타 오명진이 1루수 땅볼로 물러났지만 최용제가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볼카운트 1B-2S로 불리한 가운데 롯데 최준용의 149㎞ 속구를 밀어쳐 우측 안타로 3루주자 김재호를 불러들였다.
경기 후 최용제는 “야구하면서 가장 기쁘다. 내심 (오)명진이가 해결해주길 바랐다. 전 타석에서도 중심에 잘 맞았는데 잡혔기 때문이다. 상대가 전진수비 중이라 맞는 순간 잡힐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도형 타격코치는 최용제가 타석에 들어서기 전 “상대 투수의 속구가 좋으니 노림수를 가지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최준용이 최용제에게 던진 4구 모두 속구였다.
스프링캠프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지만 박세혁의 슬럼프와 정상호, 장승현의 부상으로 기회가 찾아왔다. 그리고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있다. 2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선 4-4로 맞선 연장 12회초 안타를 치고 나가 득점하는 과정에서 ‘탭댄스 세이프’로 팬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용제는 이천에서 많은 걸 가르쳐준 코칭스태프의 이름을 일일이 나열하며 고마움을 전했다.
“2군에서 박철우 감독님, 공필성 야수총괄님, 조경택 배터리코치님이 준비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다. 그때 준비한 것들이 지금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정말 감사드린다.”
2016년 1군 4경기 출장 후 군 복무를 마친 뒤 다시 찾은 1군. 이제는 스스로도 조금은 여유가 생겼다고 자평한다. 투수의 공만큼이나 상대 타자의 반응을 섬세하게 체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조인성 1군 배터리코치도 이날 이승진 호투의 숨은 공신인 최용제에게 “타겟을 잘 잡아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른. 최용제의 야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잠실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