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꼬맹이 제성이-현우의 17년 전 인연, 2020년 KT서 꽃폈다!

입력 2020-08-28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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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좌완투수 조현우(오른쪽)와 우완투수 배제성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17년간 인연을 이어온 사이다. 2017년 배제성은 트레이드, 
조현우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 유니폼을 입으면서 다시 한솥밥을 먹고 있다. 올 시즌 배제성은 선발진에서, 조현우는 불펜에서 
팀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스포츠동아DB

KT 좌완투수 조현우(오른쪽)와 우완투수 배제성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17년간 인연을 이어온 사이다. 2017년 배제성은 트레이드, 조현우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T 유니폼을 입으면서 다시 한솥밥을 먹고 있다. 올 시즌 배제성은 선발진에서, 조현우는 불펜에서 팀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스포츠동아DB

“너 야구선수 해도 되겠다.”

17년 전, 흘러가는 한 마디가 한 명의 인생을 바꿨다. 그 변화 덕에 KT 위즈의 전력도 살쪘다. 2003년 전북 군산에서 시작된 조현우(26)와 배제성(24)의 인연은 올 시즌 KT 마운드의 든든한 자산이다.

군산→서울→상동→수원, 질긴 인연의 17년
2003년 가을 군산중앙초등학교. 3학년 조현우는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축구를 즐기고 있었고, 그 옆에선 한 아이가 아버지와 함께 캐치볼 삼매경이었다. 살짝 빗나간 야구공이 조현우 앞으로 떨어졌다. 왼손으로 이를 돌려줬는데, 캐치볼을 즐기던 아이의 아버지는 적잖게 놀랐다. 야구광이었던 그는 몇 차례 캐치볼을 해본 뒤 “너 야구해도 되겠다”고 감탄했다. 조현우는 어디까지나 기분 좋은 칭찬으로 생각하고 이를 넘겼다.

이름 때문일까. 한창 축구를 즐기며 골키퍼를 맡았던 조현우는 야구부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조현우를 보고 감탄한 그 아이의 아버지가 야구부 감독에게 추천했기 때문이다. 조현우는 곧장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에게 말했다. “나 야구할래.”

조현우는 물론 그날 캐치볼을 하던 아이도 군산중앙초등학교 야구부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아이는 전학을 갔지만, 조현우는 군산중~군산상고를 거치며 지역 최고의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학교를 대표해 수차례 우승을 맛봤고, 2010년 야구인의 밤 시상식에서 중학교 우수투수로도 선정됐다. 2013년 군산상고를 봉황기, 전국체전 2관왕에 올린 공신 역시 조현우였다.

그 사이 아버지와 캐치볼을 즐기던 아이도 훌쩍 성장했다. 성남중~성남고를 거치며 역시 학교의 대표 투수가 됐다. 그의 이름은 배제성이다. 조현우와 배제성은 전국대회에서 몇 차례 상대로 만났지만 어디까지나 눈인사만 주고받을 수밖에 없었다.

2009년 서울에서 이들은 다시 만났다. 장소는 김진섭정형외과. 조현우는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 배제성은 재활을 위해 병원을 찾았다. 이들은 과거를 회상하며 추억에 빠져들었다.

1년 유급했던 조현우는 201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의 2차 2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데뷔도 하지 못한 채 2015년 롯데 자이언츠로 트레이드됐다. 장성우(KT), 박세웅(롯데)이 핵심으로 성사된 4대5 초대형 거래였다. 이때 조현우는 다시 배제성을 만났다. 배제성은 2015년 신인드래프트 2차 9라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둘 모두 1군 사직구장보다는 2군 김해 상동구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고, 나란히 1군에 올라가 활약하는 서로의 모습을 그렸다.

조현우가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는 사이 배제성은 KT로 트레이드됐다. 그리고 조현우가 전역을 앞둔 2017년 가을, KT가 2차드래프트로 그를 지명했다. 또 한 번 둘의 인연이 이어진 것이다. 서로도 “참으로 질긴 인연”이라며 입을 모을 정도다.

17년 전 군산에서 시작된 인연은 올해 수원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KT 배제성(왼쪽)과 조현우는 포즈를 취해달라는 말에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지만, 이들의 인연은 올해 팀 마운드 높이를 올리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17년 전 군산에서 시작된 인연은 올해 수원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KT 배제성(왼쪽)과 조현우는 포즈를 취해달라는 말에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지만, 이들의 인연은 올해 팀 마운드 높이를 올리고 있다. 사진제공|KT 위즈


선발 배제성-불펜 조현우, KT 핵심이 되다!
이들의 질긴 인연은 올 시즌 KT 마운드의 버팀목이다. 배제성이 먼저 1군에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롱릴리프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28경기에서 131.2이닝을 던지며 10승10패, 평균자책점(ERA) 3.76을 기록했다. KT 토종 선발 최초 10승의 영예다. 배제성은 올 시즌에도 26일까지 15경기에서 85.2이닝을 소화하며 6승3패, ERA 4.73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보다 구속이 떨어져 고전하는 일이 잦아졌지만, 이강철 감독은 굳건한 신뢰를 보내고 있다.

조현우는 올해부터 1군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타격코치로 KT의 원년부터 함께해 조현우를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었던 이숭용 단장은 지난해 조현우에게 “그 예쁜 폼 좀 1군에서 보여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구속이 빠르진 않지만 깔끔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정확한 제구로 타자를 상대하는 유형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는 부상이 잦아 1군보다는 2군이나 재활군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이 단장은 조현우가 아프지만 않다면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줄 것으로 확신했기에 기를 살려주기 위해 이처럼 말했다.

실제로 ‘안 아픈 조현우’는 든든한 불펜 자원이다. 올 시즌 30경기에서 29이닝을 책임지며 승리 없이 1패1세이브7홀드, ERA 2.48로 호투 중이다. 최근 10경기로 한정하면 10.1이닝, ERA 1.74로 특급 불펜투수다. 이강철 감독은 “좌투수임에도 우타자 승부가 되는 투수라 활용가치가 높다”며 “경기 외적인 상황에 개의치 않고 자신의 공만 던지기에 위기에서도 믿을 만하다”고 칭찬했다. 실제로 이 감독은 시즌 초반 불펜이 난조를 겪을 때도 조현우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편한 상황에서 1군 맛을 보여줬다. 그 덕에 조현우는 지금 남부럽지 않은 필승조가 됐다. 이들은 경기장에서는 물론 매일 함께 식사를 하는 등 단짝으로 지내고 있다. 사회생활에서 이처럼 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있다는 것도 이들에게는 큰 복이다.

흘려보낼 수 있는 한 장면에서 조현우의 야구인생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 만남은 17년째 끊기지 않고 이어지는 중이다. 인연의 무게감, 그리고 감동이 한 번에 묻어나는 스토리가 KT에서도 만들어지고 있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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