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블스튜디오의 첫 흑인영웅 ‘블랙팬서’ 채드윅 보스만. 4년간 대장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뜬 그를 향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마블 흑인 영웅 ‘블랙팬서’ 연기
대장암 투병끝에 세상 떠났지만
많은 작품서 인종차별 현실 고발
아이언맨·헐크 “그는 위대한 영웅”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하려 싸웠다. 영웅적이다.”대장암 투병끝에 세상 떠났지만
많은 작품서 인종차별 현실 고발
아이언맨·헐크 “그는 위대한 영웅”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29일(이하 현지시간) 동료와 이별하며 인사를 전했다. ‘헐크’ 마크 러팔로도 “가장 위대한 배우의 위대함은 이제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 ‘지구를 구하려 나선 영웅’, 할리우드 마블스튜디오의 첫 흑인 ‘히어로’ 캐릭터인 ‘블랙팬서’ 채드윅 보스만이 대장암 투병 끝에 28일 세상을 떠났다. 채드윅 보스만 측은 “2016년 대장암 3기 진단을 받은 뒤 4년 동안 싸워왔다”면서 “수술과 화학요법 등 치료 속에서 영화를 촬영해왔다”고 밝혔다. 고인은 생전 자신의 투병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최근 백인 경찰의 폭력에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가 쓰러진 사건의 여파 속에서 편견에 맞선 또 한 명의 ‘영웅’을 떠나보내는 이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채드윅 보스만은 영화로 인종차별의 현실을 고발해왔다. 2003년 드라마 ‘서드 워치’로 데뷔한 뒤 흑인선수로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평정한 재키 로빈슨의 인생을 그린 2013년 영화 ‘42’를 비롯해 흑인 솔 가수 제임스 브라운을 노래한 2014년 ‘겟 온 업’, 미국 사상 첫 흑인 대법관 서굿 마셜의 이야기 ‘마셜’(2017년) 등 실존 흑인 ‘영웅’들을 스크린에서 대신했다. 가혹한 차별의 장벽을 쌓아올린 인종 편견에 맞서 재능을 바친 셈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젊고 재능 있는, 존경할 만한 영웅이 되는 데 자신의 능력을 고통 속에서 썼다”고 추모했다. 조 바이든 미 민주당 대선 후보의 러닝메이트이자 첫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그의 삶이 세상을 변화시켰다”고 추도했다. 가수 보아와 연기자 수현 등 한국의 스타들도 동참했다.
자신이 연기한 흑인 야구스타의 등번호를 딴 영화 제목 ‘42’는 메이저리그 영구 결번이 됐다. 고인이 앞선 이의 발걸음을 따라간 28일은 재키 로빈슨을 기리는 날이었다. 모든 메이저리거들이 42번을 달고 뛰는 ‘재키 로빈슨 데이’는 매년 4월15일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막이 늦어진 올해는 28일을 기념일 삼았다. 57년 전인 1963년 미국 워싱턴 D.C에서 인종차별에 맞선 20만여명이 행진하며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내게는 꿈이 있다”는 역사적 연설을 남긴 날이기도 하다. 제이컵 블레이크 사건에 항의하며 경기 거부 캠페인을 이끈 미 프로농구 밀워키 벅스와 올랜도 매직 선수들은 코트에 나서기 앞서 채드윅 보스만을 추모한 뒤 무릎을 꿇어 인종 차별에 항의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