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박용택. 스포츠동아DB
LG는 17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9-1로 승리해 홈 3연패에서 탈출했다. 선발투수 타일러 윌슨이 7이닝 무실점으로 시즌 9승(7패)째이자 잠실구장 8번째 등판 만에 첫 승을 챙겼다. 타선에서는 5-0으로 앞선 7회말 개인 8호 그랜드슬램을 때려낸 김현수가 빛났다.
승리에는 박용택의 멀티히트도 큰 역할을 했다. 박용택은 0-0으로 맞선 2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좌전안타로 살아나갔다. 이천웅의 안타와 양석환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 유강남의 땅볼 때 박용택이 홈을 밟으며 균형이 깨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으로 앞선 3회말 2사 2루에서 중전안타로 김현수를 불러들였다. 9월 이후에만 다섯 번째 멀티히트 경기. 후속 이천웅의 우월 투런포 때 여유 있게 홈까지 밟았다.
6회말에도 선두타자로 나서 2루수 방면 땅볼을 친 뒤 1루까지 성큼성큼 내달렸다. 2루수 안치홍의 실책으로 세이프. 박용택이 여유를 부렸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결과였다. 후속타 불발로 득점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최고참의 의지가 빛난 대목이다.
9월 들어 박용택의 방망이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3일 잠실 NC 다이노스전 3-5로 뒤진 8회말 2사 1·3루 찬스에서 역전 3점포를 때리며 존재감을 과시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8월까지 56경기에서 44안타에 그치며 개인 2500안타 달성에 노란불이 켜졌지만 9월에만 14개의 안타를 몰아쳤다. 이제 KBO리그 전대미문의 대기록까지 단 3개만을 남겨뒀다.
LG 외야에는 김현수를 비롯해 홍창기, 이형종, 이천웅, 채은성 등 젊은 선수들이 즐비하다. 이들의 활약으로 밝은 미래가 보이지만 찬스에서 해결사 노릇을 해주는 베테랑 박용택의 가치도 반짝인다.
상징성, 베테랑의 가치도 충분하지만 당장의 실력도 여전히 최고 수준이다. 커리어 첫 우승이라는 방점을 찍지 않았으니 LG는 이대로 박용택을 보낼 수 없다. LG가, 박용택이 스파이크 끈을 동여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