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kt 선발투수 데스파이네가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5선발 체제가 확립되고 불펜이 세분화되면서 ‘이닝 이터’의 기준도 달라졌다. 올 시즌에는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3·KT 위즈)가 사라졌던 220이닝 투수의 명맥을 이을 태세다. 계획성 없는 혹사가 아닌, 현대야구의 기준을 철저히 따르면서도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는 21세기형 철인이다. KT 투수 최다승 기록을 거둔 것은 그 과정일 뿐이다.
KT는 20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10-2로 이겨 5연승을 질주했다. 타선이 1회초 무사 2·3루서 멜 로하스 주니어의 뜬공과 강백호의 땅볼을 묶어 2점을 먼저 달아났고, 7회초 조용호의 적시타와 8회초 문상철의 생애 첫 대타 홈런 등을 묶어 쐐기를 박았다.
마운드는 데스파이네가 지배했다. 6이닝 1안타 2볼넷 3삼진 1실점(비자책)으로 SK 타선을 꽁꽁 묶으며 시즌 14승(7패)째를 챙겼다. 지난해 윌리엄 쿠에바스가 세운 KT 투수 최다승(13승) 기록을 하나 더 늘렸다. KT 입단 첫해부터 팀의 역사를 갈아 치우며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데스파이네는 20일까지 167이닝을 소화하며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라있다. 공동 2위 애런 브룩스(KIA 타이거즈), 라울 알칸타라(두산 베어스·이상 151.1이닝)와 15이닝 이상 차이난다. 경기당 5이닝으로 계산하면 3경기 넘게 더 던진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데스파이네는 올 시즌 리그에서 4일 휴식 후 등판이 가장 많은 투수다. 전체 27경기 중 19경기(70.3%)에 4일 휴식 후 나섰다. 월요일 휴식이 확실한 KBO리그에서 화요일 선발로 나서 일요일 경기에 등판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선발투수들 대부분은 5일 이상 휴식을 취한다. 하지만 데스파이네는 본인의 요청으로 4일 휴식의 루틴을 시즌 막바지까지 지켜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약 217이닝 페이스다. 시즌 막판 경기 일정이 띄엄띄엄 있을 때 집중적으로 등판한다면 220이닝은 가뿐히 넘길 전망이다.
과부하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데스파이네는 오히려 더 많은 휴식이 본인에게 독이 된다며 코칭스태프를 설득하고 나선다. 7이닝을 던지고 내려온 뒤 50구쯤 더 던질 수 있다며 벤치에서 너스레를 떤다. 21세기형 철인의 등장 덕에 KT의 가을야구 꿈도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인천|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