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위의 ‘괴짜 물리학자’ 브라이슨 디섐보, 마침내 메이저 제패하다

입력 2020-09-21 13: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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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슨 디섐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필드 위의 ‘괴짜 물리학자’ 브라이슨 디섐보(미국)가 마침내 메이저 타이틀을 품었다. 전 세계 골프대회 중 가장 어렵다는 US오픈에서 유일하게 언더파를 기록하며 우승상금 216만 달러(25억5000만 원)를 손에 넣었다. 벌크업을 통해 ‘헐크’가 된 뒤 ‘골프는 무엇보다 거리’라는 것을 성적으로 입증했다. 기발한 상상력을 현실로 옮기는 실험정신과 엄청난 노력이 함께 빛을 발휘한 결과다.


●나흘 내내 안정적 플레이를 펼치다

디섐보는 21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머매러넥의 윙드풋 골프클럽(파70)에서 열린 제120회 US오픈(총상금 1250만 달러·147억5000만 원)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2개,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합계 6언더파 274타를 기록하며 2위 매튜 울프(미국·이븐파 280타)를 6타 차로 여유 있게 따돌리고 생애 첫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 7월 로켓모기지 클래식에 이어 두 달 만에 승수를 추가하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7번째 우승에 입맞춤했다.

브라이슨 디섐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US오픈 코스 중 가장 어렵다는 윙드풋의 날카로운 발톱도 디섐보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4번과 8번(이상 파4) 홀에서 각각 버디와 보기를 기록한 디섐보는 파5 9번 홀에서 12m 이글퍼트를 성공시킨 뒤 11번(파4) 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3언더파를 완성했다. 4라운드를 소화한 61명 중 유일하게 언더파를 친 선수도, 최종 합계가 언더파인 선수도 디섐보 뿐이었다. 나흘간 66타~74타~65타~75타를 치며 냉온탕을 오간 2위 울프와 달리 디섐보는 69타~68타~70타~67타의 안정적인 모습으로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러프 지뢰’ 극복한 장타

20㎏ 가까이 몸을 불리며 장타자로 거듭난 디섐보는 이번 대회 나흘간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 298m를 기록했다. 마지막 날은 307m에 달했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41%(23/56)에 그쳤지만, 일단 멀리 보내고 그 다음에 억세고 긴 러프를 극복했다. 64%(46/72)의 높은 그린적중률로 기회를 만들었다. ‘어려운 코스일수록 안정적인 플레이를 해야한다’는 그동안의 상식을 깨뜨렸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기존의 US오픈 챔피언이 하던 방식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라며 “디섐보는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디섐보는 “내 전략을 100% 확신했다. 의심은 없었다”며 “내가 6타 차로 우승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브라이슨 디섐보.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 서던 메소디스트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디섐보는 스윙 속도와 클럽 헤드의 로프트 등에 대한 나름의 과학적 근거를 두고 3번 아이언부터 웨지까지 10개 아이언 클럽의 길이를 보통 6번 아이언의 길이인 37.5인치로 통일해 사용한다. 야디지북에 제도용 컴퍼스를 이용해 선을 그어 거리 확인을 쉽게 하고, 팔을 쭉 편 채 팔꿈치를 몸에 딱 붙인 상태에서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퍼팅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 9월부터는 ‘체중이 비거리를 늘린다’는 확신을 갖고 증량에 도전했다. 키 185㎝인 그는 이전까지 90㎏ 정도였으나 현재 110㎏ 가까이 나간다. ‘완벽주의자’인 그는 누구보다 많은 노력도 기울인다. 이번 대회 3라운드서 페어웨이를 3번 밖에 지키지 못하자 야간 라이트 불빛 속에서 현지 시간 오후 8시가 넘도록 레인지에서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자신의 샷을 반복적으로 ‘완벽하게’ 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 US오픈 역사에 남을만한 디섐보의 첫 우승은 그렇게 탄생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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