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영웅인가 테러리스트인가’ 한일 지성들이 본 안중근

입력 2020-10-21 17: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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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안중근 (여순순국선열기념재단 편저|청파랑)

1909년 10월 26일. 머나먼 하얼빈 땅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는 이듬해 3월 26일 교수형이 집행되기까지 5개월 동안 법정투쟁과 유묵·저술활동을 통해 세계만방에 동양평화사상을 외쳤다.

이 책은 안 의사의 행적을 한국과 일본 양국의 대표 지성이 서로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 살펴보고, 결국 한 곳에서 만나게 되는 역사 스토리북이다.

안중근 의사에 대한 책은 많다. 그만큼 우리 민족의 숨결이 살아있는 역사적 인물의 이야기이고, 대한민국의 영원한 자산이자 정신적 중심에 서 있으며, 대대손손을 이어 그의 시대정신을 키우고 의로운 행동을 본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칫 독립운동 과정의 의로운 행동에만 초점을 맞추는 단편적 매너리즘에 머물거나, 국가의 영웅으로만 논리없이 무작정 치켜세우기만 한다면 정작 안중근 의사의 참다운 의미를 놓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저자들은 어쩔 수 없이 의거를 감행해야만 했던, 치열하게 고뇌했던 대승적 정신, 단지(斷指)를 넘어 생명까지 바친 각오와 용기, 이러한 바탕 위에서 이루어진 당당하고 논리정연한 법정투쟁, 한정된 시공에서 빛을 발한 저술과 유묵 등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평화정신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지성은 거사와 순국의 현장을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 객관적 시각에서 담고, 일본 지성은 이토 히로부미로 대표되는 일본제국주의의 시대적 본질을 짚어 나가면서 안 의사의 존재와 역할이 어떠했는지를 살핀다.

영웅, 의사, 애국자, 암살자, 테러리스트. 안중근은 이러한 극단적 평가의 그늘에서 이미 벗어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다보면 깨닫게 된다. 한일 양국에서 안중근을 알아갈수록 팽창주의 일본제국의 본질을 꿰뚫고 동양의 안녕을 위해 헌신한 평화주의자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본제국주의 시절의 과거사로 인해 꽉 막힌 한일 관계. 그 악연을 푸는 근원적이고 평화적인 화해의 길을 이 책은 시사해 주고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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