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아닌 미완의 도전…KT, 비싼 수업료로 얻은 세 가지

입력 2020-11-15 14: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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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의 도전은 아쉬움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 하지만 빈손은 아니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단과 프런트 모두 비싼 수업료를 내고 첫 포스트시즌(PS) 경험치를 얻었고, 한국야구 ‘대투수’의 계보를 이을 만한 재능도 발견했다. 지속 가능한 강팀, 그리고 가을무대에서 확실한 방점을 찍기 위한 공격적 투자의 필요성 또한 절감했다. KT의 도전은 실패보단 미완성에 가깝다.

KT는 13일 고척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4차전에서 0-2로 져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탈락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PO 내내 “내 움직임이 많이 늦었다”고 반성했다. 모든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며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MVP는 팀 KT 위즈”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이번 실패를 교훈 삼아 달라지겠다고 다짐했다. 비싼 수업료의 결과는 내년 이후 어느 쪽으로든 힘을 발휘할 것이다.

사실 개막을 앞두고, 아니 개막 한 달이 지났을 때도 KT의 PO행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PS의 부진이 씁쓸한 뒷맛을 남기긴 했지만, 정규시즌 성적만으로도 올해 KT의 발걸음은 기적에 가깝다.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박수 받을 패자가 없다고는 하지만, PO에서 패할 기회를 얻었다는 것 자체가 기대이상의 수확이었다.


아울러 한국야구 최고 투수의 싹을 발견했다. 역대 최연소 PS 1선발로 나선 소형준은 1차전에서 6.2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했고, 사흘 쉬고 구원으로 나선 4차전에서도 2.1이닝 1실점으로 버텼다. 4차전 탈락 후 본인 탓으로 여기며 펑펑 울었지만, 결코 눈물을 흘릴 이유가 없다. 정규시즌 26경기에서 13승6패, 평균자책점 3.86으로 호투했던 그가 ‘빅게임 피처’의 심장을 증명한 것은 KT는 물론 한국야구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KT 프런트는 이제 더 명확하게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정규시즌의 성공과 PS의 실패 중 어디에 방점을 둘지 결정하는 게 우선이다. 올해 KT의 PO 직행은 기적에 가까운 레이스였다. 현실적으로 아직 PS행을 장담할 수 있는 전력은 아니다. 매년 기적에 기댈 순 없다. 매년 5강에 도전하는 입장의 팀에서 머물지, 2위를 토대로 대권을 노릴 팀으로 갈지를 결정해야 한다. 후자를 택한다면 올 겨울 프리에이전트(FA) 시장 참가는 필요충분조건이다.

미완으로 끝난 KT의 첫 가을 도전. 방점은 2021년 또는 그 이후에 찍히게 된다. 이를 위한 준비과정은 이미 시작됐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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