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미수가 KBS 2TV 드라마스페셜 2020의 마지막 작품 ‘원 나잇’의 주인공 ‘조주영’로 열연, 크리스마스 이브의 밤을 순삭한 ‘치트키’로 활약했다.
지난 24일 방송된 ‘원 나잇’(연출 이호, 극본 임지은)은 여자친구와의 하룻밤 모텔비를 마련하기 위해 중고거래를 나왔던 공시생이 우연히 얻어걸린 1억이 든 돈가방으로 인해 서로 다른 이해와 욕망이 얽혀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블랙 코미디다. 김미수는 공시생 ‘이동식’(김성철)의 여자친구이자 임용 고시생 ‘조주영’ 역을 맡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청춘들의 하룻밤 일탈 속에서 진정한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그렸다.
김미수는 한강다리에서 임용 고시생의 묵혀왔던 감정을 폭발시키며 임팩트있는 첫 등장을 알렸다. 임용을 준비한지 벌써 6년 차가 되었지만 매번 낙방만 하던 주영. 이를 비관하며 한강다리를 찾았지만, 임용의 문턱처럼 한강다리마저 턱없이 높자 설움의 눈물을 흘렸다. 무엇 하나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게 없는 그때, 대출 상환 알림 문자가 도착하자 더더욱 서러워졌다. 돈은 갚아도, 갚아도 줄지 않았다. 그러다 주영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격정 한 번 없이 인생이 끝난다는 게” 너무 허무했던 것. 남자친구 동식을 찾아가 대뜸 “나 너랑 자고 싶어”라는 말을 던진 이유였다.
‘격정’에 사로잡힌 주영의 눈길을 돌린 건 동식이 모텔비 3만원을 벌러 중고거래를 나섰다가 배달사고로 받아온 1억 원이 든 돈가방이었다. 5년동안 기간제 교사로 일하며 공시생 남자친구를 뒷바라지하고, 김밥도 돈 아까워 원조만 먹는 동식 탓에 번번한 데이트도 못했던 주영은 1억 원이 든 돈가방을 보자 그간 눌러왔던 욕망의 눈이 떠졌다. 그렇게 돈가방을 들고 도망가면서 시작된 한 밤중의 추격전은 김미수의 설득력 있는 연기와 맞물려 빠르게 화면을 장악해나갔다.
언제나 돈이 부족해 허덕였던 주영에게 그 돈은 그저 돈이 아니었다. 그 돈이면, 그깟 돈 몇 푼 때문에 죽고 싶어질 일도 없고, 학자금 대출 갚고, 배우고 싶은 거 다 배우고, 제대로 된 원룸 얻어서 동식과 다시 시작해 볼 수 있는, “뭐 든 다 해볼 수 있는 돈”이었다. 갚아도 줄지 않는 대출금과 학자금 대출이라는 속박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건 다하고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던 것. 김미수의 리얼한 연기로 6년 간 임용을 준비하며 쌓아왔던 애환을 토해내는 이 장면은 현실 공시생들의 공감을 자아내며 호평을 얻었다.
그러나 결국 잘못된 욕망으로 인해 1억의 절반인 5천만원을 잃었고, 그 길고 길었던 하룻밤의 일탈을 통해 주영은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던 임용 시험을 그만 둘 용기를 얻었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다시 한번 힘차게 달려나갈 것을 다짐한 것. 김미수가 그려낸 하룻밤의 일탈은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다 참고 합격이라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든 공시생들의 마음을 대변했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새로운 아침이 뜨길 바라는 희망의 메시지 전했다.
이처럼 탄탄한 연기력과 설득력 있는 감정 표현으로 ‘믿보’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김미수. 드라마스페셜2020의 마지막 작품 ‘원 나잇’을 통해 극에 오롯이 녹아 든 현실 연기를 펼치며 단막극의 가치를 배가시켰다. 매 작품마다 자신의 진가를 입증해나가고 있는 김미수가 또 어떤 캐릭터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할 지 향후 행보에 귀추가 쏠리는 이유였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