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설의 조언+멘토의 레슨…“파리 앉겠다”던 KT 옆구리 막내가 달라졌다

입력 2021-01-05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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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얘기했던 게 뭔지 알겠지?”

이강철 KT 위즈 감독(55)은 KBO리그 역사상 전무후무한 10년 연속 10승을 기록하는 등 가장 훌륭한 잠수함 투수로 꼽힌다. 지도자로서도 유동훈, 손영민(이상 전 KIA 타이거즈), 한현희(키움 히어로즈), 박치국(두산 베어스) 등을 키워내 ‘옆구리’ 전문가로 정평이 났다.



자연히 많은 잠수함 투수들은 이 감독의 현역 시절 영상을 참고하며 꿈을 키운다. 이강준(20·KT)도 마찬가지다. 2020시즌 시작에 앞서 이강준을 직접 본 이 감독은 “언더스로임에도 구속이 빠르고 좌타자랑 붙을 줄 안다”고 칭찬했다. 어린 시절부터 롤 모델로 삼았던 이 감독의 칭찬은 이강준이 2020시즌을 시작하는 데 있어 큰 동기부여가 됐다.

야심 차게 준비한 프로 첫 시즌. 이강준은 퓨처스(2군)리그 22경기에 등판해 29이닝을 던지며 1승1패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5.59를 기록했다. 1군에도 2차례 부름을 받았지만, 4경기에서 5.2이닝 4실점을 한 게 전부다. 수원에서 이 감독의 원 포인트 레슨을 받아도 막상 2군에 내려가면 그 폼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는 게 반복됐다. 2020시즌 막바지 2군 훈련장이 있는 익산에서 만났을 때도 “올해는 많이 아쉽다. 메커니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직 확실히 ‘내 것’을 찾지 못한 것 같다. 이것저것 해보는 중”이라고 자책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이강준에게 ‘멘토’가 생겼다. 사회복무요원 복무를 마치고 올해 복귀하는 고영표(30)다. 지난해 익산 마무리캠프에서 고영표의 투구를 지켜본 이 감독은 이강준을 그 자리로 불렀다. 직접 보며 느껴보라는 의미였다. 이강준은 “감독님이 강조하신 투구폼을 완벽히 내 걸로 만들지 못했는데 영표 형을 보면서 확실히 이해했다”고 말했다.

기존 폼이 하체를 안 쓰고 상체로만 공을 꽂는 느낌이었다면, 고영표를 보면서 골반 쓰는 법부터 중심이동까지 정석에 가까운 것을 느꼈다. 최고 147㎞의 속구에도 타자들에게 공략 당했던 이유를 몸으로 느꼈다. 이 감독은 고영표에게 이강준의 ‘맨 마킹’을 당부했다. 고영표는 이강준에게 “공의 속도가 너무 죽는 느낌이다. 그렇게 던지면 파리가 앉겠다. 하체를 쓰면 조금 더 힘이 붙을 것”이라며 너스레와 함께 나아갈 방향을 설정해줬다.

익산에서 시작된 인연은 비시즌 내내 동고동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록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체육시설 집합금지 탓에 같은 트레이닝센터에서 몸을 만들던 것은 중단했지만, 홈구장에 꾸준히 출근 중이다. 고영표는 “열 살 차이 나는 선배에게 다가오기가 쉽지 않을 텐데 용기 내는 모습이 기특했다. 야구가 절실한 게 느껴졌다. 이런 후배랑 함께하면 나 역시 좋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강준이는 야구를 정말 사랑하고 애정이 깊은 것 같다”고 칭찬했다.



이강준은 “올해는 1군에서 뛰고 싶다. 물론 풀타임을 소화한다면 좋겠지만 일단 ‘아, 쟤가 나가면 믿을 수 있어’라는 이미지를 1군에서 심어주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 이미지 구축을 위한 과정은 이미 시작됐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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