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스토리] 롯데 설 명절이 특별한 이유, “우리를 믿으셨으니까”

입력 2021-02-10 11: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크게보기



프로야구선수에게 명절은 ‘딴 나라 얘기’였다. 과거에는 1월 중순부터 해외 스프링캠프가 시작됐고, 비활동기간 준수가 엄격해진 2017년 이후로도 1월 말에는 출국길에 올랐다. 이 때문에 음력 1월 1일인 설날의 분위기를 느끼기 어려웠다. 타지에서 윷놀이를 하고 합동차례를 지내는 등의 이벤트가 전부였다. 시즌이 한창 진행되는 추석연휴에는 장거리 원정길에서 교통대란을 느끼며 명절의 위력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다.

역대 최초로 10개 구단 모두 국내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는 올해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대부분의 구단이 설날 당일(12일)을 제외하면 모두 훈련을 소화한다. NC 다이노스, 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는 홈구장에서 훈련 중이기 때문에 합숙이 아닌 출퇴근이다. 가족과 함께 사는 선수들은 잠깐이나마 망중한을 즐길 수 있기에 그나마 사정이 낫다.

롯데 자이언츠는 파격에 가깝다. 롯데는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 내리 쉰다. 캠프 시작 직후부터 ‘3일 훈련-1일 휴식’의 일정을 소화했는데, 원래대로면 12일 휴식 후 다시 훈련이 이어져야 했다. 숙소인 부산 서면의 롯데호텔에서 짐도 뺀 뒤 각자 집으로 흩어질 예정이다. 20년 가까이 프런트 생활을 한 운영팀 관계자도 “연휴 기간 사흘을 내리 쉬는 건 처음 같다”고 말했다.



허문회 감독의 파격 배려다. 허 감독은 “설 연휴 기간 사흘을 쉬는 건 개인적으로도 야구한 뒤 처음이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야구장에 나올 때 머리가 깨끗해야 한다. 가족과 지내며 충전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간 훈련으로 다진 감각이 사라질 것으로 생각하진 않는다. 허 감독은 “선수들도 프로다. 각자 잘 준비를 해올 것이다. 개막이 4월 3일이기 때문에 시간도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선수들도 낯선 반가움을 느끼고 있다. 주장 전준우는 “모든 선수들에게 가족의 존재는 큰 힘이다. 배려해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개인적으로는 집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며 “감독님이 우리를 믿으셨으니 연휴를 주신 것이다. 그만큼 결과로 보이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오윤석 역시 “고향이 서울이라 상경할 계획이다. 지난해 스프링캠프 명단에서 제외돼 하루 정도는 시간을 같이 보낸 것 같은데, 연휴를 다 쉬는 건 처음이다. 가족들이 정말 좋아했다”고 말했다.

물론 스케줄은 자율이다. 운동을 하겠다고 자청하는 이를 말릴 이유는 없다. 노경은은 “하루 정도 쉬고 나와서 운동할 것 같다. 나 말고도 그런 선수들 몇은 있지 않을까. 이틀 정도 가볍게 유산소운동을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허 감독의 말처럼 프로선수들이 사흘의 휴식으로 몸 만들기에 지장이 있진 않을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허 감독이 캠프 내내 전반적 일정을 자율에 맡기지 않았을 터다. 롯데의 사흘 연휴는 단지 명절을 함께 하느냐 여부보다는, 선수단과 코칭스태프의 두터운 신뢰를 드러내기에 더 의미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