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종수 변호사, 인디공연장 살리기 캠페인…“생태계가 만들어져야”

입력 2021-02-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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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수 변호사. 동아일보DB

#1.김창완, 글렌 매트록, 크라잉넛 등을 비롯해 80여 팀의 가수가 장장 17시간 동안 펼친 온라인 공연 ‘경록절’ 페스티벌.

#2.미국에서 라이브 공연장을 살리기 위해 전개된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saveourstages) 캠페인.
최근 국내외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군 온라인 공연이다. 두 공연의 공통점은 단순한 음악 축제가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인디 음악계가 하나로 뭉쳐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로를 전한 축제의 장이었다.

감염증 여파가 장기화되면서 모든 공연이 멈췄고, 오랫동안 인디 신을 지킨 공연장도 폐업으로 이어지면서 이제는 “음악이 하고 싶어도” 무대가 없어 오르지 못할 처지가 됐다.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뭉치면 산다’는 말은 역시 통하는 법이다. 인디 가수들이 총출동한 미국판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가 국내에서도 열리게 됐다. 3월8일부터 14일까지 홍대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롤링홀을 비롯해 웨스트브릿지, 프리즘홀, 라디오가가, 드림홀 등 총 5개의 인디 라이브 공연장에서 약 70팀이 무대에 오른다.

이번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의 온라인 공연이 열리게 된 것은 법무법인 광장의 윤종수 변호사의 힘이 가장 컸다.

윤 변호사는 지난달 우연히 가장 좋아하는 밴드 해리빅버튼의 멤버 이성수가 SNS를 통해 라이브 공연장들의 폐업 소식을 전한 글을 보고 “뭐라도 만들어보자”라고 주위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윤 변호사는 자신이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사단법인 코드를 통해 이번 공연을 주관하고 있다. 티켓 판매 및 후원으로 얻은 이익은 공연장 대관료와 현장 인력 및 참여 아티스트의 실비 등을 지급하는 데 쓰기로 했다. 남은 수익은 협의를 거쳐 인디 음악 생태계를 위한 기금으로도 사용한다.

미국에서는 약 3000개의 인디 공연장 관계자로 구성된 단체가 구성해 캠페인을 진행한 것과 비교하면 윤 변호사의 공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우리도 할 수 있는 게 있을까?”라는 생각으로만 그치지 않고 윤 변호사가 직접 발로 뛴 성과이기도 하다.

무보수로 이번 공연을 주관하는 사단법인 코드 측 모든 기획 과정과 행사 진행, 수익과 배분은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넉넉지 않은 기획 예산으로 누구나 스폰서, 자원봉사자 등을 통해 행사에 동참할 수 있게 했다.

공연을 처음 소개하기까지 모든 것을 총괄하고 있는 윤 변호사는 “음악을 워낙 좋아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뿐”이라며 “실력 좋은 친구들이 많은 인디 음악계도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라이브 공연장을 살리기 위해 전개된 ‘#우리의무대를지켜주세요’(#saveourstages) 캠페인.



- 본업으로도 시간의 여유가 없을 텐데 공연까지 기획했다.



“관련 글을 처음 올린 이성수의 팬이다(웃음). 2012년 방송한 KBS 2TV 밴드 서바이벌 오디션프로그램인 ‘탑 밴드’를 보고 반했다. 이후 사석에서 만나면서 나이 차이도 많이 나지 않아 지금까지 형·동생으로 지내왔다. 이 친구가 어느 날 SNS를 통해 홍대 공연장이 문을 닫는다는 글을 올렸다. 미국에서는 기부 독려와 공연을 통해 정부의 도움으로 구제 지원금을 받았다. 우리도 법적으로 지원이 가능한지 알아봐달라고 연락이 왔다. 하지만 정책적으로 알아보니 인디음악 공연장이 지원금을 받는 데는 한계가 있더라.”

여기서 멈췄다면 공연은 성사되지 못했다. “마음 한쪽이 걸리면서 계속 신경이 쓰였던” 윤변호사는 음악프로그램 ‘싱어게인’에서 화제를 모은 한 무명가수가 “노래할 수 있는 무대를 살려야한다. 공연장이 없어지면 근근이 버티고 있는 가수들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 것을 보고 더욱 마음을 굳혔다.


- 계획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스러져가는 공연장을 위해 기금을 모아서 전달할 수도 없고, 5개 공연장을 일주일 정도 유료로 대관하는 게 목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연을 펼칠 가수들과 그들이 오를 무대, 그리고 코로나19로 직접적인 관객이 모일 수 없으니 온라인 송출을 등 공연 전반에 따른 시스템이 필요했다. 친분을 적극적으로 이용해야했다. 온라인 공연의 송출은 평소 알고 지냈던 프리젠티드 라이브에서 맡아주기로 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가수들의 섭외는 물론 이성수가 도맡았다. 그다음 날 공연 홈페이지를 개설했고, 그야말로 ‘무대뽀’로 시작하게 된 거다. 하하하!”


- 70팀의 가수는 어떻게 섭외했나.



“한 공연장에서 2팀씩 일주일 동안 공연을 하면 70팀이 필요하다. 가수들도 무대를 살리자는 취지에 공감해 1·2차 라인업에는 갤럭시익스프레스, 노브레인, 육중완밴드, 잠비나이, 크라잉넛, 해리빅버튼, 가리온, 내귀에도청장치, 로큰롤라디오, 블루파프리카, 스트릿건즈, 트랜스픽션 등이 출연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4차 라인업이 공개된 상태다.”


- 제작비를 마련하기도 어려웠을 텐데.



“모두 취지에 동감하다보니 십시일반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다만 우려되는 것이 있다면 인디 음악계 입장에서는 우리는 ‘제3자’다. 그들의 눈에서 보면 ‘쟤들 뭐 하는 사람이냐’는 반응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홈페이지나 포스터 등에도 취지를 공개하면서 명확하게 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주관하는 코드 측은 1원, 한 푼도 가지고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걸 투명하게 공개하려고 한다.”


- 준비는 잘 되어 가나.



“2주 정도 지나서 밤에 잠이 오지 않더라.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싶기도 하고. 점점 일에 깊이 빠지게 되더라. 공연장 대관을 했으니 와서 공연을 보고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한 번으로는 되지 않겠지만, 인디 음악의 층을 넓히고 싶다. 사실 대중의 접근성이 많이 떨어지지 않나. 그를 위해 온라인으로 쉽게 접근해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팬들이 모였으면 좋겠다. 조금 늦은 감은 없지 않지만, 해외에도 많이 알리고 싶다. 케이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해외 팬들도 음악을 많이 듣는다. 이번 기회에 인디뮤지션들도 해외에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 이번 공연을 통해 또 얻고 싶은 게 있다면



“단 하나, 인디 신에 대한 관심이다. 지금의 목표는 공연장은 살리는 거지만 근본적인 것은 인디 신이다. 더 나아가서는 대중음악에 대한 지원정책이다. 지금 상황에서 케이팝에 치중된 것이 아니라 인디음악의 문화기반 등 정책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인디 음악에 대한 응원이나 관심을 보여주면서 그 작업을 병행하고 싶다. 인디 음악을 하는 정말 괜찮은 뮤지션들이 많다. 음악을 좋아하는 한 팬으로서 딴 건 필요 없다. 그들이 포기하지 않고, 음악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생활만 되면 그들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효율적인 지원이 되지 않아 안타깝다.”


- 음악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생겼나.



“음악을 워낙 좋아한다. 아마추어지만, 밴드 ‘크레이지 코드’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10년이 넘은 것 같다. 밴드 내에서 기타를 담당하고 있다. 4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모임인데, 롤링홀에서 무대도 연적도 있다(웃음). 정기 공연을 열어 지인들을 초대하기도 했고. 스트레스를 풀기에 최고다. 밴드를 해보면 뮤지션이 존경스러울 수밖에 없다. 점차 애정도 깊어지면서 이런 공연도 기획하게 된 거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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