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LG 배상금 과도하면 수용불가”

입력 2021-03-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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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선 vs LG에너지솔루션, 날 선 ‘배터리 분쟁’

‘조 단위 차이’ 배상금, 좁히지 못해
SK “사실상 사업철수 하라는 말”
LG “진정성 있는 제안해야 협의”
SK이노베이션 이사회가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에 관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결정과 관련해 “미국에서 배터리 사업을 지속할 의미가 없거나, 사업 경쟁력을 현격히 낮추는 수준의 LG 측 요구 조건은 수용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사는 이달 초 배상금 협상과 관련해 한차례 만났지만, 배상금 격차가 더욱 벌어져 합의에 이르는 길은 더욱 험난해진 상태다.

SK 감사위, “과도한 합의금 수용 말라”

1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10일 이사회를 열어 미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결과에 대한 입장을 논의했다. 사외이사 3명으로 이뤄진 SK이노베이션 감사위원회는 “LG에너지솔루션이 사업을 포기해야 할 만큼의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다면 이에 대해서는 수용하지 말라”는 입장을 경영진에 냈다.

감사위원회는 ITC 소송 패배와 관련해 “소송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 여부에 대한 방어의 기회도 갖지 못한 채 미국 사법 절차 대응이 미흡했다는 이유로 패소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사업을 더욱 확대해 가야 하는 시점에서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체계를 글로벌 기준 이상으로 강화하는 것은 매우 시급하고 중대한 일”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 솔루션이 제시하는 합의금은 조 단위 차이가 난다. SK이노베이션은 5000∼6000억 수준의 합의금을 제시하는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3조 원 이상의 합의금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배터리 사업이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10년 치 영업이익에 해당하는 3조 원대 배상금을 내라는 것은 사실상 사업을 접으라는 이야기”라며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SK이노베이션 감사위원회가 “과도한 합의금은 수용하지 말라”고 공식적으로 요구하면서,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사업 철수까지 고려한 배수진을 쳤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미국 대통령의 ITC 최종 결정에 대한 거부권 행사 기한(4월 12일)은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한편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글로벌 소송 대응 체계를 정비하고, 컴플라이언스 모니터링 체계의 고도화를 위해 미국에서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분야의 외부 전문가를 선임하는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LG엔솔 “수용 불가는 어불성설”
LG에너지솔루션은 11일 SK이노베이션 이사회의 논의 내용 공개에 대해 즉각 비판했다. “공신력있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서 배터리 전 영역에 걸쳐 영업비밀을 통째로 훔쳐간 것이 확실하다고 최종결정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정하지 못하는 인식의 차이가 아쉽다”며 “증거를 인멸하고 삭제하고 은폐한 측에서 이러한 결정을 인정하는 것이 합의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글로벌스탠더드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연방영업비밀보호법에 근거한 당사의 제안을 가해자 입장에서 무리한 요구라 수용불가라고 언급하는 것도 어불성설이며, 문제해결에 대한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쟁사가 진정성 있게 협상 테이블에 와서 논의할 만한 제안을 하고 협의를 한다면 최근 보톡스 합의사례와 같이 현금, 로열티, 지분 등 주주와 투자자들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다양한 보상방법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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