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원대 유료가입 유도”, 불법 리딩방 활개

입력 2021-03-15 17: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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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린이’ 농락하는 주식리딩방 들어가보니…

미신고·신분도용한 비전문가 기승
접근성 좋은 무료리딩방 주의해야
리딩방 통해 주가조작 동참 위험도
피해상담 접수 전년보다 144% 급증
1월 11일 오전 삼성전자 주식을 9만6000원대에 매수한 직장인 A씨(36)는 최근 유료 주식리딩방 가입 권유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평소 같으면 스팸으로 여겼을 문자를 쉽게 지우지 못하고 있다. 1월 고점에서 산 주식이 장시간 조정(주가 하락 및 제자리걸음)을 받으면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A씨는 “주식리딩방에 단기로 가입해 원금이라도 회복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무료 공개리딩방은 유료회원 유인창구

이처럼 최근 주식시장의 조정장세가 길어지면서 불안해진 주린이(주식+어린이) 투자자를 유혹하는 주식리딩방이 활개를 치고 있다.

주식리딩방은 카카오톡 등의 단체 대화방을 이용해 자칭 전문가가 실시간으로 상승 예상 종목, 매수·매도 타이밍을 찍어 매매하도록 권유하는 곳이다. 문제는 이를 운영하는 유사투자자문업자가 금융위원회의 인가나 등록 없이 신고만으로도 영업을 할 수 있는 비전문가라는 점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신고조차 하지 않고 자산운용사 대표 및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사진을 도용한 가짜 주식리딩방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신고하지 않은 주식리딩방은 불법이다. 이들을 구분하려면 금융소비자정보포털의 유사투자자문업자 신고현황에서 업체명을 검색하면 된다.

주식리딩방의 현실이 궁금해 직접 들어가 봤다. 카카오톡 검색창에 주식리딩방을 검색하니 수십 개 채팅방이 쏟아졌다. 무료로 운영하는 공개리딩방에 들어가니 자칭 전문가라 불리는 이가 등장해 자신의 약력과 프로필을 소개하면서 “의심하지 말라”고 분위기를 이끈다. 이어 “오후장 여전히 박스권에서 횡보 흐름 이어지며 코스피는 소폭 약세 흐름 유지”, “오늘은 역대급 조정장인 만큼 관망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종목 추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종목 추천을 원하면 개인 문자를 달라”는 글을 남기고 대화창을 종료했다.

개인 문자를 보내니 일대일로 운영하는 유료 회원 가입을 권유했다. 100만 원대 가입비에 매월 수십만 원을 내는 방식으로 철저히 일대일로 운영됨을 강조했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일대일 투자자문이 금지되는 만큼 일대일 유료 운영은 불법이다. 기자의 체험 결과 접근성이 좋은 무료 공개리딩방은 유료 회원 가입을 유도하는 미끼에 불과한 모습이었다.


유료 가입 후 본색 드러나

유료 회원에 가입한 이후 이들의 본색이 드러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투자 결과에 실망하며 서비스 해지를 요구해도 남은 이용료를 돌려주지 않거나 과도한 위약금을 부과하는 수법이다. 또 고의로 해지 처리를 지연시켜 환불 금액을 줄이기도 한다.

추천 예정 종목을 미리 매수한 뒤 회원에게 종목을 추천해 주가 상승을 유도하는 사례도 있다. 이 경우 자신도 모르게 주가 조작에 동참하게 돼 자칫 주가조작 형사 사건에 휘말릴 수도 있다. 특별한 호재가 없는 중·소형주의 주가가 급등하는 이면에는 주식리딩방이 개입했을 여지가 크다는 게 증권가의 전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리딩방 추천 방식으로 주가조작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단순히 지시를 따랐다고 해도 주가조작에 연루돼 수사를 받을 수 있다”고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소비자 피해 구제 방안 미비
문제는 주식리딩방 관련 소비자 피해 구제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금융회사가 아니어서 소비자가 이용료 환불 거부 등 피해를 보더라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을 이용할 수 없고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구제를 신청해야 한다.

실제 최근 주식리딩방 관련 피해 상담 접수도 늘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1월 주식리딩방 관련 피해 상담 접수가 전년 830건보다 144% 급증한 2025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의 경우 중재만 해줄 뿐 강제력이 없다는 게 약점이다. 주식리딩방 측에서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그만이기에 피해는 곧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융감독원 측은 “유사투자자문업자는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거나 등록한 금융회사가 아니며 유사투자자문업 신고 시 법정 자본금, 전문인력 확보 등 물적 설비 등에 대한 제한이 없으므로 금융에 전문성이 없는 사람도 자유롭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또 “유사투자자문업자에게 정보이용료를 내기 전에 환불 조건 및 방법, 회수 가능성 등을 철저하게 확인하고 해지 통보는 녹음 등 증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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