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의 파란만장 배우 인생 “이혼 후 귀국…아이들 위해 닥치는대로 연기”

입력 2021-03-1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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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여정.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연기 복귀 후 강렬한 여성 캐릭터
어머니·할머니로 스펙트럼 넓혀
“절실했을 때 내가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배우 윤여정(74)은 1984년 11년 만에 한국 안방극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1973 년 가수 조영남과 미국으로 떠나 이듬해 결혼한 뒤 현지에서 슈퍼마켓에서 일하며 생계를 꾸려갔던 그는 남편과 이혼하고 귀국했다. MBC ‘베스트셀러극장-고깔’ 편으로 복귀한 뒤 오로지 “새끼들을 먹여 살리고 교육시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단역이든 주연이든 가리지 않았다. 아니 가릴 수 없었다고 그는 훗날 돌이켰다.

10여년의 신산했던 미국생활

15일 한국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은 그렇게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오로지 연기에 매진해왔다. 한양대 국문과 1학년 시절인 1966년 TBC 탤런트 공채 시험에 합격하면서 데뷔한 그는 1971년 스크린 첫 작품 ‘화녀’로 스페인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재능을 뽐냈다.

당시 이미 톡톡 쏘는 듯한 특유의 빠른 대사와 개성 강한 외모로 신세대 배우의 이미지를 쌓았다. 그해 MBC ‘장희빈’으로 안방극장의 대표적인 여성 캐릭터가 된 첫 번째 장희빈을 연기했다. ‘장희빈’ 포스터가 찢겨지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그처럼 세간의 화제 속에 스타로 발돋움하고 있을 때 돌연 미국행을 택했다. 조영남과 함께 미국으로 날아간 뒤 아시아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는 낯선 땅 플로리다 피터즈버그에서 10년을 보냈다. “두 아들을 키우기 위해 시급 2.75달러를 받고 슈퍼마켓에서 일했다”고 최근 미국 LA타임스 인터뷰에서 밝히기도 했다.

“나이 든 배우의 경험”
윤여정은 “다시 연기를 시작하면서 내 목소리가 들려왔다”고 지난 시절을 돌아봤다. 먹고 살기 위해 나선 무대 위에 열정을 쏟아부었다.

다시 스크린으로 발길을 돌렸다. ‘바람난 가족’과 ‘하녀’ ‘여배우들’ ‘돈의 맛’ ‘죽여주는 여자’ 등을 통해 이전보다 더욱 강렬한 여성 캐릭터로 자리 잡아갔다. ‘고령화가족’ ‘장수상회’ ‘그것만이 내 세상’ 등에서는 평범하지만 모성애 가득한 어머니와 할머니 역할로 스펙트럼을 넓혔다. 이 같은 활약은 결국 ‘미나리’의 성과로 이어졌다.

이는 다시 세계적 시선을 모으고 있다. 이미 2015년 라나·릴리 워쇼스키 자매 감독의 드라마 ‘센스8’에서 배두나와 함께 영어 연기를 선보인 그는 지난해 ‘미나리’로 미국 선댄스 영화제 무대에도 섰다.

10여년의 미국 생활로 영어 구사 능력을 지닌 그는 “독립영화인 ‘미나리’를 하고 싶지 않았다. 고생할 줄 알았으니까”라고 말해 관객의 웃음을 자아냈다. 2019년 여름 미국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영화를 촬영하며 “돈을 아끼려 (배우와 제작진이)함께 먹고 살다시피 하면서 가족이 되었다”며 지난 보람을 들춰냈다. 이어 “나이 든 배우로 기억에 남은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나이 든 배우”로서 이제 그는 아카데미상을 노리게 됐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70대 중반의 한국배우가 거둔 성과”라면서 “모두가 희망을 잃고 있는 시대를 향한 역사”라고 평가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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