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그래미는 BTS를 잃었다”

입력 2021-03-16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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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이 15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제63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다이너마이트’로 케이팝 가수 최초로 단독 무대를 꾸몄다. 사전 촬영은 시상식전 11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옥상에서 마련된 특설 무대에서 진행됐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탄소년단 그래미 어워즈 수상 불발에 해외 언론들 NARAS 비판

NARAS, 투표인단 변화 꾀했지만
해외매체들 “여전히 보수적” 비판
한국가수 최초 후보는 중요한 의미
평론가들 “미국 음악계 인정 방증”
그래미는 결코 트로피를 쉽게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새 희망의 신호탄이 올랐다.

15일 그래미 어워즈(그래미)에 도전한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아쉽게도 수상에 실패했다. 하지만 한국 대중가수가 그래미에 후보로 오른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대단한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이들은 2012년 신설돼 듀오·그룹·컬래버레이션 형태의 팝 보컬이나 연주 퍼포먼스로 뛰어난 예술적 성취를 거둔 뮤지션에게 주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후보로 지명됐다. 4대 본상(제너럴 필드)은 아니지만, 팝 장르 주요 시상 부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제이 발빈·두아 리파, 저스틴 비버, 레이디 가가·아리아나 그란데, 테일러 스위프트 등 세계적 명성의 쟁쟁한 경쟁자들과는 결이 다른, 유일한 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로 나서 명성을 재확인했다.

‘여전히 보수적인 그래미’ 비판
방탄소년단이 수상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그래미가 시대적 흐름에 뒤처졌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11 월 ‘레코드 오브 더 이어’ 등 4대 본상 후보로 거론됐지만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 그치면서 시상식을 주관하는 미국 레코드예술과학아카데미(NARAS)에 비판이 쏟아졌다. 포브스는 “BTS의 2020년 그래미 불발이 레코드예술과학아카데미의 맹점을 드러냈다”면서 “그래미의 인종차별은 이미 비밀이 아니다”고 날을 세웠다.

실제로 그래미는 미국 3대 음악상 가운데 가장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팬 투표로 시상하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나 빌보드 데이터에 기반한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달리 NARAS 회원 투표로 수상자를 정한다. ‘미국·백인·남성’ 위주의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자 NARAS는 2019년 방탄소년단 등 투표 1186명·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대표 등 전문가 154명 등 다양한 인종·성별·연령의 회원 명단을 발표하며 변화를 꾀했다. 그래도 방탄소년단은 끝내 그래미의 높은 장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가수 최초로 그래미 후보가 됐다는 점은 세계 팝음악사와 대중음악산업에서 중요한 의미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김영대 대중음악 평론가는 “미국 연예산업이 방탄소년단의 대중적인 소구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걸 방증한다”며 “가장 인정받고,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아티스트를 초청하는 게 산업계의 논리”라고 말했다. 임진모 평론가도 “후보에 올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미국 음악계의 인정을 받은 것”이라며 “이를 통한 소득과 성과는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래미의 밤 밝힌 ‘다이너마이트’

그래미가 오랫동안 모든 가수들의 ‘꿈의 무대’로 여겨져 왔듯, 방탄소년단도 그동안 꿈꿔온 “단독 무대”를 이날 펼쳤다. 방탄소년단은 세계적 인기를 입증하듯 시상식 후반부의 절정에서 공연을 선사했다. 사회자 트레버 노아는 “그래미는 진정으로 글로벌하다. 올해 처음으로 후보에 오르면서 역사를 쓴 한국그룹”이라고 이들을 소개했다.

멤버 정국은 그래미의 상징인 거대한 ‘그라모폰’(최초의 디스크 축음기) 앞에서 ‘다이너마이트’를 부르며 처음 등장했다. 검정색, 흰색, 주황색, 노란색 등 일곱 멤버들이 색색의 수트를 차려입고 차례로 등장해 흥겨운 멜로디에 맞춰 라이브로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미국 LA에서 열린 시상식 무대에 가지 못한 채 최근 서울 여의도 30층 건물의 옥상에서 무대를 녹화했다. 그라모폰의 나팔관 안에서 군무를 펼친 멤버들이 그래미 포토월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세트를 지나 계단에 오르자 서울의 야경과 함께 헬리패드가 나타나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했다. 서울과 LA를 연결하는 의미라고 소속사 측은 밝혔다.

리더 RM은 최근 미국 USA투데이 인터뷰에서 “후보 지명이나 수상보다 바란 건 그래미 퍼포먼스”라며 “우리는 퍼포먼스 팀이다. 우리 노래의 무대가 이 여정의 최종 꿈이다”고 말했다. 이에 화답하듯 방탄소년단 팬덤인 아미는 이날 그룹의 상징색인 보라색 하트로 채팅창을 채웠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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