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브레이브걸스 “3년 공백기 단 하나 스케줄, 기적의 시작”

입력 2021-03-23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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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행의 아이콘!” 4년 전 노래 ‘롤린’으로 최근 음원차트 1위를 휩쓸고 있는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은지·민영·유정·유나(왼쪽부터). 21일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동아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5년 무명 끝에 인생 역주행…희망의 아이콘 된 ‘브레이브걸스’

군부대 위문공연 영상 계기로 ‘인생 역전’
4년 전 발표한 ‘롤린’으로 음악프로 6관왕
짐 뺐다가 역주행…행복한 강제 숙소생활
“길어야 3시간, 짧으면 30분 밖에 못 자지만
지금이 행복…절대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래”
‘5년의 무명 기간, 그리고 역주행의 기적 21일. 새로운 희망의 아이콘이 되다.’

이보다 더 극적일 수 없다. 평생 꿈이었던 것을 바라고 또 바랐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만 접자”며 숙소에서 짐을 빼고, 다른 직업까지 알아봤다. 하지만 다음날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무려 4년 전 발표한 ‘롤린’이 각종 음원차트를 휩쓸고, 각 방송사의 대표 음악 순위프로그램에서 쟁쟁한 가수들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데뷔 이후 음원차트 상위권에는 “접근조차 해본 적이 없는” 이들이다.

매일 매일 “꿈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그룹 브레이브걸스. 유명 작곡가 겸 프로듀서 용감한형제가 2011년 론칭한 걸그룹으로, 이후 오랜 시간 잇단 실패로 주목받지 못하다 일부 멤버들이 떠나고 2016년 민영(31)·유정(30)·은지(29)·유나(28) 4명으로 재정립했다.


- 이제 적응이 되나?



“처음 겪는 일이라 꿈인지 생시인지 잘 모르겠다.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상상도 못 했으니까. 3주 정도 되니 어느 정도 알 것 같은데, 요즘은 잠과 싸움하고 있다. 길게는 하루 3시간, 짧으면 30분 정도 잔다. 안 그래도 꿈꾸는 것 같은데, 정말 앉기만 하면 자서 실제 꿈을 꾼다. 하하! 너무나도 행복한데 졸려 죽겠다. 투정을 부리는 게 아니다. 잠을 못 자도, 우리가 원했던 거다. 지금의 상황에 대해 거짓말을 하지 못하니 솔직히 말한다. 몸이 피곤한 게 낫지,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절대, 절대!”


- ‘롤린’의 역주행으로 가장 많이 바뀐 것은.



“예전에는 차트 근처에도 못 갔다. 현재까지 음악방송 6관왕을 차지했다. 엄청나다. 또 음악방송 대기실과 출연 순서도 바뀌었다. 음악방송을 보면 최고 인기가수가 가장 마지막에 나오지 않나, 예전에는 우리가 연차가 많아도 항상 앞 순서였다. 요즘엔 거의 끝이지. 1위 후보니까. 가장 체감하는 건 바로 눈앞에 보이는 촬영감독 등 스태프가 우리 춤을 모두 따라한다는 점이다. 과거엔 소수정예 팬들 밖에 우리를 몰랐다.”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 역주행 인기의 발판이 된 군부대 위문공연 영상 속 행복한 표정이 인상적이다.



“사실 (유튜브 영상을)매일 보다시피 한다. 남녀노소 모두 좋아해주시는 것이 더 좋다. 행복한 표정일 수밖에 없던 게, 3년의 공백기에 단 하나뿐인 스케줄이었다. 우린 팬덤이 작아서 솔직히 어느 무대에 서도 분위기가 싸하다. 하지만 위문공연은 호응을 잘해주신다. 에너지가 다르다. 사실 위문공연을 가는 길은 쉽지 않다. 땅끝마을도 그렇고 백령도, 거제도 등 5시간 넘게 갈 때도 있다. 무대에 오르면 정작 5분이 전부이다. 하지만 관객의 리액션을 보면 없는 힘까지 나온다.”


- 이제 몸값과 대우가 달라져 위문공연에 못 가는 것 아니냐.



“절대. 저희를 살려주신 분들이 있는데, 그럴 리가. 꼭 다시 갈 거다.”


- 다른 그룹에 비해 적은 나이도 아니고, 무명시절이 길었다.



“뒤늦게 합류해 5년차이지만, 그룹으로는 10년 만에 빛을 본 거다. 팬들이 공식 SNS를 통해 DM을 많이 보낸다. ‘이제야 떠서 뭉클하다,’ ‘그동안 알아보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이다. 조금 더 알릴 기회가 5년 만에 생겼지만, 이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사실 연예계에서 빛을 못 본 가수들이 얼마나 많은지 잘 알고 있다. 우리만 해도 긴 공백기에 지치고, 연이은 실패로 숙소에서 짐을 뺐다. 역주행하면서 다시 숙소생활을 하고 있다. 행복한 강제소환인 셈이다.(웃음)”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 그동안 가장 서러웠던 일은?



“지난해 여름 ‘운전만해’를 정말 어렵게 발표한 거다. 목숨을 걸고 낸 건데, 또 실패했다. 모든 멤버들에게 슬럼프가 찾아왔다. 해도 안 되는구나 싶었다. 어쩔 수 없이 각자 살길을 찾자 생각했다. 어렸을 때부터 이 일만 준비해왔는데, 뭘 먹고 살아야 하나 막막했다. 한 명은 평소 관심 있던 옷을 만들어 팔아보자고 생각해 3월부터 출근하려고 했다. 바리스타 자격증을 딴 멤버도 있고, 뷰티 브이로그 등 현실에 적응하는 거였다.”


- 그동안 브레이브걸스를 몰랐던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데뷔하자마자 잘됐다면 감사함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극적인 느낌이 더 크다. 주위에서 엄청나게 희망적인 그룹이라고 좋은 말만 해주는데 솔직히 우리는 많이 서툴다. 부담감도 크고. 정말 잘하고 싶지만 대중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부족하더라도 인간적인 모습까지 봐줬으면 좋겠다.”


- 다음 곡이 더 중요하다.



“이제야 정체성을 찾은 것 같아 기쁘다. 데뷔 직후에는 섹시 콘셉트였다. 팬들의 요청에 따라 ‘롤린’의 앨범 재킷 사진도 청량한 이미지로 바꿨다. 다음 앨범 콘셉트가 정해졌다. 이번에 제대로 준비해 나오고 싶다. 대중이 원하는 건 ‘서머 퀸’이다.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 그동안 하고 싶었던 거다. 그게 맞아떨어졌으니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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