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KT 마당쇠이자 일주일차 초보아빠, “나·아내·튼튼이 모두 건강히!”

입력 2021-03-23 09: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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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전유수(위)가 생후 일주일된 딸 이솜 양을 안고 있는 사진. 평소 ‘조원동 최수종‘으로 불리는 전유수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들어오는 느낌”이라며 득녀의 기분을 묘사했다. 사진제공 | 전유수

언제나 무표정한 모습으로 마운드에서 투구에만 집중하던 투수였지만 올해는 유독 표정이 밝다. 팀의 마당쇠 역할을 도맡는 베테랑은 퇴근 후 일주일차 초보아빠로 변신한다. 전유수(35·KT 위즈)의 올해 목표는 하나, 자신과 아내 그리고 이제 막 세상의 빛을 본 딸 모두가 건강하게 보내는 것이다.


전유수는 22일 수원 LG 트윈스와 시범경기에 구원등판해 1이닝 2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히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투구수는 단 12개. 이날 등판이 의미 있던 건 딸 이솜 양(태명 튼튼이)이 태어난 뒤 전유수의 첫 실전이었기 때문이다. 경기 후 전유수는 “요즘에는 가만히 있어도 힘이 난다. 컨디션이 좋은 덕도 있겠지만, 아이가 태어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에너지가 들어오는 느낌이다. 하루하루가 설렌다”며 환하게 웃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아빠가 아이를 제대로 보기 힘든 상황이다. 아내와 딸이 산후조리원으로 이동한 뒤부터는 영상통화로만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있다. 조리원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하며, 한번 나오면 다시 들어가기도 어렵다. 24일이 팀 휴식일이기 때문에 전유수는 23일 LG전이 끝난 뒤 조리원에 갈 예정이다.


전유수는 “딸이 15일에 태어났다. 그날 팀이 익산에서 출정식을 하는 스케줄이었는데 감독님께서 양해해주신 덕에 태어나는 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 ‘나도 이제 아빠가 됐구나’라는 생각에 책임감이 커졌다”며 “아내가 너무 아파해 나 역시 마음이 아팠다. 고생했다는 얘기 말고 해줄 게 없어 미안했다”고 돌아봤다. 딸의 이름은 이솜. 전유수가 개명한 곳에서 직접 받은 한글 이름이다. 아내 이봄이 씨는 “이솜이가 분유를 참 많이 먹는다”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좋은 모습 보여주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고 밝혔다.

KT 전유수. 스포츠동아DB


출산 직후 KT 동료들은 전유수에게 기념 선물공세를 펼치고 있다. 전유수는 “아내가 평소에 베푸는 편이라 그 선물을 딸이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신혼여행 대신 기부를 할 만큼 사회공헌에도 관심이 많은 부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평소 요리 등 살림을 하는 성격 덕에 동료들에게 ‘조원동 최수종’으로 불리는 전유수는 “최수종 씨는 신적인 존재라 감히 범접할 수 없다”면서도 “육아는 내가 돕는 게 아닌, 함께 하는 것이다. 사실 야구선수는 쉬는 날이 많은 것 같다. 등판하지 않는 날은 모두 쉬는 날 아닌가. 힘든 길을 아내와 함께 잘 헤쳐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KT는 올 시즌에 앞서 베테랑 불펜투수 안영명, 박시영 등을 수혈했다. 전유수로서는 경쟁자가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프로라면 매 순간이 경쟁의 연속이다. 개인적으로 보면 경쟁이 어려워진 것이지만, 팀적으로 보면 불펜투수의 양과 질 모두 업그레이드 된 것이다. 우리 팀이 강해지는 데 보탬이 되는 게 목표”라는 다짐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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