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북마크] ‘아이를 찾습니다’ 11년만에 아이 찾았지만 파괴된 일상 (종합)

입력 2021-03-23 16: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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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권이 11년 만에 그토록 그리워했던 아이를 찾았다. 그러나 현실엔 드라마 같은 해피 엔딩은 없었다.


22일 방송된 JTBC 드라마페스타 ‘아이를 찾습니다’(연출 조용원 극본 김보라) 1회에서는 11년 만에 잃어버렸던 아이가 돌아왔지만, 기대와는 달리 더 비참한 인생의 아이러니를 마주한 아빠 조윤석(박혁권)의 이야기가 전개됐다. 아이만 돌아온다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만이 망가져버린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었는데, 아내 미라(장소연)는 여전히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아들 성민(오자훈)은 친부모를 부정하는 등, 그에겐 가혹한 현실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별다를 것 없었던 오후, 윤석은 아내 미라와 3살 아들 성민이와 함께 대형 마트에 갔다 아이를 잃어버렸다. 잠시 새로 나온 휴대폰에 한 눈을 판 사이, 아이가 탄 카트를 누군가 그대로 끌고 가 버린 것. 그 날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윤석은 직장과 재산과 모든 일상을 바쳐 아이 찾기에만 몰두했다. 설상가상 미라는 그만 정신을 놓아버렸다. 윤석은 그런 아내를 돌보며 견딜 수 없는 나날을 관성처럼 버텼다.

그렇게 보낸 세월이 11년, 이제 그만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끝’을 생각한 순간, 대구 경찰서에서 성민이를 찾았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도 ‘장난 전화겠지’라고 생각했던 윤석의 표정이 바뀐 건 성민이가 실종된 그날 입고 있던 옷을 찍은 사진을 본 직후였다. 이번에야말로 진짜 성민이었다. 윤석은 그제야 집을 치우고, 닦고, 고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조차 못했던 현실을 맞닥뜨렸다. 윤석의 집을 찾은 경찰과 사회복지사는 낡고 좁은 집을 보며 키울 형편이 못 돼서 일부러 아이를 버린 것은 아닌지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아이를 버릴 만큼 형편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그간 성민이를 찾느라 돈벌이를 못한 채 가진 재산을 쏟아 부은 탓이었다. 게다가 경찰이 전한 이야기는 믿기 힘들만큼 충격적이었다. 대학 병원 간호사로 밝혀진 유괴범이 성민이를 친아들처럼 키웠으며, 성민이는 자기가 유괴당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자랐다는 것. 그 유괴범은 속죄의 친필 편지를 남기고 자살했다.

그럼에도 윤석은 아들과의 행복한 재회를 고대했다. 그러나 그를 기다린 건 잔뜩 경계하며 뒷걸음치는 낯선 10대 소년이었다. 더군다나 미라는 “쟤가 무슨 성민이야”라며 아들을 부정했다. 좁고 낡은 집을 두리번거리던 성민이는 마치 지금이 진짜 유괴를 당한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윤석은 “원래는 건너편 넓은 아파트 살았었는데 너 찾다가 이렇게 됐어”라는 궁색한 변명밖엔 할 수 없었다.

그날 밤, 성민이가 꽤 유복하게 자랐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침대도, 책상도 있던 방에 용돈을 모아 컴퓨터를 살 정도로 말이다. 다음 날, 윤석은 당장 넓은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으론 보증금 천만 원에 월세 50만 원의 집도 부담스러웠다. 살던 집에서 컴퓨터를 가지고 오고 싶다던 아들을 떠올리며, 컴퓨터도 알아봤지만 이 마저도 높은 가격에 난감했다.

그때 윤석은 전화를 받고 터미널로 다급하게 달려갔다. 성민이가 표도 없이 대구행 버스에 앉아 있다가 발각된 것. 어디 가려 했냐는 윤석에게 성민은 “집이요”라고 답했다. 윤석은 “여기가 진짜 네 집이야”라며 참았던 감정을 터뜨렸지만, “저 진짜 유괴된 거 맞아요? 확실해요?”라는 아들의 원망만 되돌아올 뿐이었다.

11년이란 세월의 간극은 가족의 붕괴를 야기했다. 그 적나라한 현실을 조용원 감독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영상에 풀어냈다. 지난 온라인 제작발표회에서 “첫 연출작이 맞나?”라고 생각했다던 박혁권의 언급대로, 리얼리티를 제대로 살린 연출이었다. 아이를 잃어버린 것도 모자라 더 잔인한 현실을 마주한 부부의 복잡한 심경을 보여준 박혁권과 장소연의 열연은 말 그대로 ‘명품’이었다. 리얼한 연기를 통해 부모가 느꼈을 고통과 잔인한 현실이 안방극장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시청률은 전국 2.3% 수도권 2.5%를 기록했다. (유료가구 기준, 닐슨코리아 제공)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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