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맥주 시장 규모, 1000억 원 돌파
종량세 개편으로 주세 부담 낮춰
‘곰표 밀맥주’ ‘쥬시후레시 맥주’ 등
편의점 중심 이색협업 맥주 영향 커
대기업도 수제맥주사업 추진 러시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23일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13년 93억 원에 불과했으나 2017년 433억 원, 2018년 633억 원, 2019년 800억 원, 2020년 1180억 원을 기록하며 지속 성장 중이다.종량세 개편으로 주세 부담 낮춰
‘곰표 밀맥주’ ‘쥬시후레시 맥주’ 등
편의점 중심 이색협업 맥주 영향 커
대기업도 수제맥주사업 추진 러시
수제맥주 약진의 이유
국산 수제맥주의 약진은 시기별로 타이밍이 잘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 있다. 먼저 2019년 1월 맥주세가 출고가 기준의 종가세에서 알코올 도수와 용량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종량세로 개편된 것이 주효했다. 재료가 많이 들어가는 수제맥주는 생산 원가가 높아 종가세 체제에서는 주세 부담이 컸다. 종량제 전환으로 세금이 준 만큼 출고가를 낮추게 됐고 편의점에서 수입맥주와 대등한 ‘4캔 1만 원’ 행사가 가능하게 되면서 소비자와 접점을 늘렸다.
마침 2019년 한일 무역 분쟁으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의 영향으로 아사히, 삿포로, 기린 등 일본 수입 맥주의 자리를 국산 수제맥주가 빠른 속도로 메웠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족이 늘면서 가정 주류시장이 커진 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수제맥주의 경우 유흥시장보다 가정시장 비중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편의점, 이색 협업 수제맥주 흥행
위드코로나 시대에 주요 유통 채널로 급부상한 편의점을 중심으로 내놓은 이색 협업 수제맥주의 흥행도 영향을 미쳤다. 소비 과정에서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를 추구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적극 표출하는 2030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 고객을 겨냥했다.
CU의 ‘곰표 밀맥주’, ‘말표 흑맥주’의 흥행을 시작으로 세븐일레븐의 ‘유동 골뱅이 맥주’, 국내 주요 랜드마크를 디자인한 GS25의 ‘광화문’, ‘제주 백록담’ 등 다채로운 라인업을 자랑한다.
올해는 복고 콘셉트 협업 수제맥주가 대세다. 세븐일레븐이 수제맥주 업체 더쎄를라잇브루잉, 롯데껌 쥬시후레쉬와 협업한 ‘쥬시후레쉬맥주’가 대표적이다. 라거 타입의 수제맥주에 쥬시후레쉬 껌 원액을 담아 향긋한 과일향과 청량감이 특징이다. 패키지도 쥬시후레쉬의 색과 디자인을 그대로 입혀 복고 감성을 재현했다.
GS25도 GS리테일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수제맥주 업체 제주맥주와 손잡고 에일 스타일의 맛을 더한 ‘금성맥주’를 선보였다. 가전 브랜드와 맥주를 결합한 제품으로 골드스타 로고로 복고 콘셉트를 살렸다.
이색 협업 수제맥주의 히트로 지난해 편의점 수제맥주 판매량은 CU 498.4%, GS25 445%, 세븐일레븐 550.6%, 이마트24 210.0% 폭증했다. 남건우 세븐일레븐 음료주류팀 선임 상품기획자는 “이색 협업 수제맥주를 출시하고 주세법 변경 후 할인 마케팅도 본격화되면서 편의점에서 차지하는 수제맥주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다.
올해도 전망은 ‘쾌청’
국산 수제맥주의 향후 전망은 어떨까. 올해 수제맥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 가능해지면서 대기업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등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제주맥주와 손잡고 ‘수제맥주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다. 에일맥주 생산이 가능하도록 제주맥주와 협업을 통해 충북 충주 제1공장에 수제맥주 생산을 위한 설비 투자를 진행 중이다. 신세계그룹도 신세계L&B를 주축으로 수제맥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새 맥주 이름은 ‘렛츠 프레쉬 투데이’로 해외 OEM 방식이 될 것으로 전해진다.
치킨업체 제너시스 BBQ도 1월 제주맥주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조만간 BBQ 치킨에 최적화한 협업 에일 맥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수제맥주 붐을 타고 수제맥주 제조업체의 기업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연 매출 320억 원을 달성하며 수제맥주 업계 1위에 오른 제주맥주의 경우 최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 상반기 중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장 예정주식 수는 5599만 5890주이며 이중 15%에 해당하는 836만 2000주를 공모할 예정이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