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파운드리 진출…시장 재편할까

입력 2021-03-28 18: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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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종합반도체기업(IDM) 인텔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에 진출한다. 약 22조 원을 들여 미국에 공장(팹) 2곳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올해 약 900억 달러(약 100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인텔은 기존 1, 2위 기업 TSMC(대만), 삼성전자와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애리조나에 2개 팹 건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전략 발표 미디어 브리핑 ‘인텔 언리쉬: 미래를 설계하다’를 열고, 인텔의 새 IDM 모델인 ‘IDM 2.0’을 발표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파운드리 진출이다. IDM을 유지하면서 파운드리 분야로 외연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약 200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 애리조나 주에 두 개의 팹을 건설하기로 했다. 연내 미국과 유럽, 기타 지역 추가 확장 계획도 발표하기로 했다. 기술력 약화와 고객사 이탈 등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새로 취임한 CEO가 새 먹을거리로 파운드리 추진을 공식화한 것이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을 위한 새 독립 사업부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IFS)’도 설립했다. 사업부를 이끄는 사장에는 랜디르 타쿠르 박사를 선임했다. IFS는 첨단 프로세스 기술과 패키징, 세계적 수준의 지식재산권(IP)을 결합해 차별화된 제품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인텔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퀄컴 등이 고객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사티아 나델라 MS CEO는 이번 행사에 참석해 인텔의 행보를 지지했다.

겔싱어 CEO는 “인텔은 2025년까지 파운드리 시장이 1000억 달러 상당의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미 많은 기업들이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설립에 대해 많은 지지를 보내주었다”고 말했다.

인텔의 전략은 미국 정부 기조와도 궤를 같이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중요 분야 공급망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반도체 생산 분야도 그 중 하나다. 인텔의 이번 발표회에 더그 듀시 애리조나 주지사와 지나 러만도 미국 상무장관이 참석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분석된다. 겔싱어 CEO는 “인텔은 국내 투자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계획에 미국 바이든 행정부와 애리조나 주 정부와 함께 협력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3강 구축” 전망도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엇갈린다. 이미 기술력이 뒤쳐져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분석과 인텔이 가진 위상과 잠재력을 고려할 때 파급력이 작지 않을 것이란 예측으로 나뉜다. 업계는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미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당장은 경쟁사의 기술력을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TSMC와 삼성전자의 첨단 미세 공정 기술 경쟁은 이미 5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에 이어 3나노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인텔은 7나노 제품 생산에서도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규모도 경쟁사에 비해 크지 않아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인텔이 TSMC, 삼성전자와 ‘3강’을 구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강자로서 자금력까지 갖춘 인텔이 결국 기술력의 차이를 좁히고, 고객사도 유치할 것이란 분석이다. 반도체 생산 역량을 강화해 반도체 중심 국가를 만든다는 미국 정부의 계획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준다.

임수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인텔이 사업 기초를 다지는 데에는 3년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나 결국은 TSMC, 삼성과 함께 3자 대결 구도를 형성하기 위한 충분한 기술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면서 “특히 5G,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커넥티드카 등을 비롯한 신기술은 더 많은 반도체를 필요로 해 뚜렷한 수요층이 존재한다.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은 수 년 전 삼성의 행보를 다시 보는 것 같다. 인텔은 미국 기업들을 시작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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