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로드롬 강타한 임채빈 신드롬…황인혁·성낙송 꺾고 특선급 도장깨기

입력 2021-03-31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4일 열린 제11회차 광명 6경주 특선급 결승에서 임채빈(3번)이 경륜계 넘버 2, 3위인 황인혁과 성낙송을 제치고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임채빈은 이날 1년간의 공백기를 무색하게 할 만큼 폭발적인 기량을 과시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특선급 입성 후 첫 세경주 휩쓸어
한바퀴 17초대 정통 선행 스타일
황제 정종진과 기량 대결 궁금증
코로나19로 1년 넘게 움츠렸던 벨로드롬은 요즘 신성 임채빈(S2 25기 수성 30 세)의 활약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3주 전인 12일 올 시즌 처음으로 광명 스피돔 트랙에 나선 임채빈은 1년간의 공백과 신인이란 타이틀이 무색할만한 폭발적인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특선급 입성 후 처음 출전한 결승을 포함해 세 경주를(금토일) 말 그대로 휩쓴 것이다. 첫날 금요경주 상대가 2013 그랑프리 대상경륜 우승자 박병하였고 마지막 날은 현재 경륜계 넘버 2, 3위인 황인혁과 성낙송이었기에 돌풍의 충격은 더 컸다. 경기 내용도 압도적이었다. 3일 내리 한 바퀴 이상의 선행으로 버틴 것도 놀랍지만 비교적 쌀쌀한 날씨임에도 마지막 200m 랩타입이 모두 10초 대였으며 한 바퀴(333m) 기록도 17초 대였다.

경륜 원년인 1994년 1기부터 선수들을 지켜본 최강경륜의 박창현 발행인은 “이쯤 되면 가히 신드롬 수준이 아닐 수 없다”며 “초대형 스타 탄생과 동시에 당장 벨로드롬의 지각 변동이 예고된다”고 밝혔다. 그의 플레이가 어느 정도이기에 팬들은 이렇게 열광하는 걸까.

지금까지 이런 선수는 없었다
임채빈은 국내 최초 세계 대회 단거리 입상자(2017 트랙 월드컵 동메달)답게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하지만 화려한 아마 경력자들도 지금까지 프로무대에서는 적잖은 적응 시기가 필요했다. 정종진이 정상에 오르기까지 4년 여의 시간이 필요했고 아마 최대어로 꼽히던 톱 스프린터 강동진은 본인은 물론 팬들의 기대치에 부응하지 못한 끝에 아마추어로 회귀(경륜 은퇴)했다.

임채빈은 야구로 치면 타고난 정통파, 강속구 투수 유형이다. 아마 시절부터 선배들도 감당 못한 고기어에도 익숙했다. 대부분 낯설어하는 크로몰리 기반의 경륜용 자전거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원인이다. 타고난 힘에 실전까지 최적화된 선수인 셈이다.

임채빈은 상대를 크게 의식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상대를 이용해야 하는 경륜과 맞지 않는다고 우려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신 직구만 뿌려대도 쉽게 맞추는 상대가 없었다. 박병하, 황인혁, 성낙송을 상대로도 마찬가지였는데 ‘잡을 테면 잡아봐’란 식이었다. 복싱으로 치면 인파이터 스타일로 매우 공격적이고 화끈하며 상대가 누구든 정면 승부를 선호해 팬들이 열광한다.

임채빈 vs 정종진 그리고 수도권

아직은 경륜 황제 정종진(SS 20기 김포 34세)과 비교하는 것이 무리란 의견도 있다. 이제 막 입문한 임채빈에 비해 정종진이 쌓은 기록은 상상을 초월한다. 대표적인 것이 50연승과 하늘만 허락한다는 그랑프리 대상경주 4연패다.

물론 현시점에서 냉정히 기량을 논하자면 정종진의 우세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추입력은 정종진과 대등하다는 성낙송도 결승선을 앞두고 임채빈과의 거리차를 전혀 좁히지 못했다. 갈수록 더해지는 임채빈만의 강력한 종속 때문이다. 천하의 정종진이라도 만약 뒤에서 임채빈을 쫓는 상황이면 역전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그래서 시간이 문제일 뿐 나이로 보나 성장 속도로 보나 전법으로 보나 결국은 ‘임채빈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경륜의 또 다른 볼거리는 지역 간 패권 다툼이다. 정종진이 그랑프리 대상경륜을 4년간 지배하는 동안 충청이나 영호남 어느 곳도 기를 펴지 못했다. 임채빈은 경륜계 변방으로 불리던 경북 출신이지만 경상권 전체와 충청권까지 규합할 힘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한 90년대생 대표주자로 세대교체의 선봉장이 될 수도 있다.

박창현 발행인은 “기존 신인이 성장하는 과정과 현재 임채빈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라며 “점수와 인지도 위주의 소극적이고 뻔한 전개, 기수 중심의 문화를 실력으로 깨는 활약상은 벨로드롬의 혁명이자 팬들에겐 엄청난 청량감을 안겨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경륜의 구원투수이자 흥행 메이커로서도 큰 역할을 예상한다”고 기대를 밝혔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