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스 대소동’. 개미들 울린 남양유업

입력 2021-04-15 18: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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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유 불가리스의 코로나19 억제 효과에 대한 ‘셀프발표’ 논란을 일으킨 남양유업이 자본시장법과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대상에 오르는 등 발표 이후 혹독한 후폭풍을 맞고 있다. 사진은 13일 열린 한국의과학연구원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개발 심포지엄’. 사진제공|남양유업

인체 실험 제외된 ‘코로나19 억제 효과’ 발표에 주가 롤러코스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 주장에
주가 이틀새 48만9000원까지 급등
질병관리청, 실험방식에 문제 제기
식약처, 15일 행정처분 및 고발조치
34만원대 급락, 개인투자자들 분통
“불가리스 마시면 코로나에 안 걸린다?”
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억제 효과를 발표하면서 불어 닥친 후폭풍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이 사건의 진원지는 13일 서울 중구 청파로 LW컨벤션에서 진행한 심포지엄. 한국의과학연구원의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개발 심포지엄’에서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에 대한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가 99.999%까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고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도 77.8%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남양유업 측은 “발효유 완제품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규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발표 내용은 충남대 수의과 공중보건학 연구실에서 원숭이 폐세포로 연구한 결과였다. 동물세포를 추출해 세포에 코로나19를 감염시키고 그 위에 불가리스를 붓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등 직접 동물에게 투입하는 일반적인 실험과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질병관리청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현재 해당 연구원에서 제시하고 있는 결과는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서 얻은 결과다.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기에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밝히면서 이른바 ‘불가리스 코로나 논란’은 일종의 해프닝으로 흐지부지되는 분위기가 됐다.

논란이 된 불가리스 제품들.


개인 투자자들 “주가조작 혐의 조사해야”

문제는 남양유업의 주장으로 요동친 주가다. 불가리스 공방이 오가는 사이 주식시장이 빠르게 반응해 13일 남양유업 주가는 전일보다 8.57% 오른 38만 원에 거래를 마쳤고, 14일에도 장 초반 28.68% 급등하며 48만9000원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후 주가가 폭락하면서 전일보다 5.13% 하락한 36만500원에 거래를 마감했고 15일에도 4.85% 떨어져 종가 기준 34만3000원을 기록했다. 이에 고점에 물린 개인 투자자들은 “남양유업을 주가조작 혐의로 조사해야 한다”며 공분하고 있다.

여기에 제품 효능의 핵심인 임상시험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요사항을 누락해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남양유업 주가가 실험 결과 발표를 앞둔 9일부터 크게 올랐다는 점 등을 이유로 미공개 정보 활용 가능성도 의심한다. 심포지엄 이전에 회사 내부에서 호재성 자료로 생각하고 매매에 나서 금전적 이득을 얻었다는 것이다. 15일 한국거래소는 시장감시에 나섰다. 한국거래소 측은 “종목의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면 시세조정, 부정거래, 미공개정보이용 등에 해당되는지 보게 된다”며 “현재 통상적인 시장감시 차원에서 보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또 있다. 남양유업의 주장이 노골적이고 불법적인 마케팅이라는 지적이다. 심포지엄 이후 불가리스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사재기 바람이 불며 귀한 몸이 됐고 e커머스에서도 주문이 몰리며 물량이 동이 난 상황이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15일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 및 고발조치 했다. 식약처는 “해당 연구에 사용된 불가리스 제품, 남양유업이 지원한 연구비 및 심포지엄 임차료 지급 등 심포지엄의 연구 발표 내용과 남양유업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순수 학술 목적을 넘어 사실상 불가리스 제품에 대한 홍보를 한 것이며 식품표시광고법 제8조 위반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이 법 위반 시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과 10년 이하 징역, 1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남양유업 측은 “먹는 식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보인 점이 의의가 있어서 학술 내용을 공유한 것이고, 임상 전인만큼 인체에 효능이 있는지는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마케팅적으로 활용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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