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로 야구하는 거 아냐” 삼성 김지찬이 벗긴 색안경, 자신감 얻은 후배들

입력 2021-06-08 10: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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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신장순이 아니다. 단신 선수들이 아무리 부르짖어도 메아리가 없던 이 말은, 성공사례가 나오기 시작하며 비로소 힘을 얻고 있다. 2008년 김선빈(KIA 타이거즈) 이후 10년 넘게 끊겼던 길, 2020년 김지찬(삼성 라이온즈)이 계보를 이으며 단신 후배들도 희망을 얻고 있다.

김지찬은 입단 첫해인 지난해 135경기에서 타율 0.232, 1홈런, 47득점, 21도루를 기록하며 삼성 내야에 경쟁바람을 불어넣었다. 올해도 7일까지 46경기에서 타율 0.255, 1홈런, 22득점, 10도루로 제 몫을 해주고 있다. 163㎝의 단신임에도 그라운드를 마음껏 휘저어 주목받고 있다.

김지찬이라는 성공사례가 있으니 스카우트들도 신장이라는 색안경을 걷어내고 있다. 배명고 유격수 김태윤(18)은 벌써부터 ‘제2의 김지찬’이라는 별명으로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김지찬을 롤 모델로 삼은 김태윤으로선 뿌듯할 수밖에 없는 평가다. 그는 “삼성 경기는 물론 아마추어 시절, 청소년대표팀 시절 영상도 찾아봤다. 닮고 싶은 점이 정말 많은 선배”라고 김지찬을 표현했다.



신장이 작다고 힘이 약한 것은 아니다. 김태윤은 “고교 시절까지 역도와 럭비를 하셨던 아버지에게 힘을 물려받은 것 같다. 편견이 있을 수 있지만, 체구에 비해 힘은 자신 있다. 지금도 꾸준히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경섭 배명고 감독 역시 “김태윤은 제트기 같은 선수다. 콘택트, 주루, 송구 모두 뛰어나다. 내·외야를 겸비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라며 “제2의 김지찬이라는 말에 손색이 없는 선수다. 오히려 파워 면에서는 조금 더 낫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도권 A구단 스카우트는 “삼성이 김지찬을 뽑았을 때 고민이 굉장히 많았다. 특히 2차 2라운드라는 상위픽을 할애했기 때문에 만일 김지찬이 실패했다면 후폭풍도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스카우트는 “아직도 하드웨어라는 ‘색안경’이 있는 건 사실이다. 실제로 유망주 성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역”이라면서도 “김지찬을 비롯해 신장이 작은 선수들이 꾸준히 성공사례를 쓴다면 그 색안경도 자연스레 벗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찬은 구단을 통해 “후배들이 롤 모델로 생각해준다니 고맙다. 책임감을 갖고 야구장에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신과 비슷하게 체구가 작은 후배들에게 “키로 야구하는 건 아니다. 작아도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서 자신감 있게 플레이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목동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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