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명반] “소리에서 티의 향기가…” 김봄소리 ‘바이올린 온 스테이지’

입력 2021-06-21 2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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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코너는 최근 출시된 음반, 앨범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코너의 타이틀 ‘나명반’은 ‘나중에 명반이 될 음반’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6월 18일 나온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32)의 새 음반 타이틀은 ‘바이올린 온 스테이지(Violin on Stage)다.

문자 그대로 ‘무대 위의 바이올린’이라 읽을 수도 있지만, ‘무대에서 자주 연주하는’ 또는 ‘무대에서 연주하고 싶은’ 레퍼토리로 채운 음반이란 의미도 있겠다.

모두 8곡을 담았는데 비에니아프스키 스페셜니스트(그는 2016년 제15회 비에니아프스키 국제 바이올린콩쿠르 2위 수상자이다)답게 비에니아프스키의 곡으로 음반의 문을 열고(화려한 폴로네이즈 Op.4), 역시 비에니아프스키의 곡으로 문을 닫는다(구노의 파우스트 주제에 의한 화려한 환상곡 Op.20).

9번째 트랙 ‘전설 Op.17’까지 하면 이 작곡가의 작품이 8곡 중 3곡이나 된다.

김봄소리의 매력이 가득한 음반이다. 김봄소리의 음색은 화려하지만 끈적이지 않은데, 커피보다는 티의 향기에 가깝다. 처음에 확 풍겨오기보다는 서서히 소리의 향이 올라오는데 그 맛에 길들여지고 나면 어김없이 그의 팬이 되어버리게 된다.

마스네의 타이스 중 ‘명상곡(Meditation)’은 오스트리아의 지휘자 마이클 로트가 김봄소리를 위해 따로 편곡을 했다고 한다. 김봄소리의 소리 결을 만져보기에 적당하다.

왁스만의 ‘카르멘 환상곡’과 생상스의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중 ‘그대 음성에 내 마음 열리고(이 곡도 마이클 로트의 편곡이다)’도 흥미롭다. 김봄소리가 성악곡을 연주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바이올린이 사람처럼 노래하는 느낌이 든다. 음색만이 아니라 감정의 조절, 호흡까지 사람의 그것과 같다. 믿기 어렵다면 이 두 곡을 감상할 때 눈을 감고 무대 위에서 사람이 노래하는 모습을 떠올려 보시라.

물론 뭐니 뭐니 해도 김봄소리는 비에니아프스키의 작품들에서 진가가 드러난다. 다른 작품들이 돌담 사이사이에 핀 꽃처럼 김봄소리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면, 비에니아프스키에서의 그의 매력은 강렬한 햇빛 아래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처럼 숨을 데가 없다.

마지막의 ‘구노의 파우스트 주제에 의한 화려한 환상곡’은 물론 첫 곡 ‘화려한 폴로네이즈’에서부터 김봄소리의 우아한 터닝 같은 사운드의 활기와 윤기를 ‘5분 47초 만에’ 만끽해 볼 수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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