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구종분석] 체인지업 대신 강속구, 한화 시절 떠올리게 한 투구패턴 변화

입력 2021-06-21 1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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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은 국내무대(한화 이글스)에서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최고의 투수였다. 시속 150㎞대 중반의 빠른 공을 갖춘 데다 체인지업, 커브 등의 움직임도 좋아 공략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KBO리그 통산 190경기에서 거둔 98승5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ERA) 2.80의 성적과 27차례 완투, 2차례 평균자책점(ERA) 1위 타이틀이 위대함을 설명한다.

당시 류현진은 주자가 없을 때는 최대한 힘을 빼고 요령으로 상대 타자와 맞붙고, 위기에선 전력투구로 실점을 억제했다. 그 완급조절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무기였다. 메이저리그(ML) 데뷔 초기(LA 다저스 시절)의 투구 패턴도 KBO리그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파워히터들이 워낙 많다 보니 힘을 빼고 던지는 비중은 다소 줄었지만, 탁월한 완급조절능력을 십분 발휘해 첫해부터 빅리그에 연착륙했다.

왼쪽 어깨 관절경 수술을 받은 2015년 이후부터는 달라졌다. 직구 구속의 감소를 어느 정도는 받아들여야 했다. 이 때부터 류현진은 보유한 구종을 모두 원하는 코스에 던질 수 있는 커맨드를 앞세워 과거와는 또 다른 스타일의 투수로 재탄생했다. ML 타자들은 여전히 그의 팔색조 피칭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직구 구속이 시속 140㎞대 후반만 유지해도 매치업에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체인지업이 말을 듣지 않았다. 6승째(4패)를 따낸 21일(한국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원정경기에서도 1회말 트레이 만시니에게 체인지업을 공략당해 솔로홈런을 맞았다. 체인지업은 직구와 최대한 비슷한 투구폼으로 던지되, 구속의 차이로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구종이다. 제구가 생명이다. 공이 가운데로 몰리기라도 하면 평범한 배팅볼로 전락한다. 많은 투수들이 보유하고 있는 구종이지만, 완벽하게 던지려면 숱한 훈련이 필요하다. 류현진은 완벽한 체인지업을 던져왔다. 그런데 제구가 되지 않으니 어떻게든 전략을 수정해야 했다.

해법은 강속구였다. 이날 최고 구속은 93.6마일(약 151㎞)로 평소보다 훨씬 빨랐다. 3회부터 구속을 서서히 끌어올리더니 6회말 만시니를 상대로 던진 9구째는 93.6마일을 찍었다. 결과는 중견수 뜬공. 단순히 한 차례만 빠른 공을 던진 게 아니었다. 7회말 프레디 갈비스를 상대로 던진 이날 100번째 공도 시속 91.9마일(약 148㎞) 직구였다.

이날 류현진의 투구수 100구 중 직구(43개)와 커터(24개)의 비중이 67%였다. 체인지업(17개)과 커브(12개), 싱커(3개), 슬라이더(1개)도 곁들였지만, 꼭 필요한 순간에는 직구와 커터로 승부를 걸었다. 4개의 삼진을 엮어낸 구종도 직구와 커터(이상 2개)였다.

류현진은 경기 후 화상 인터뷰에서 “체인지업을 지난 경기와 비슷하게 제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인정하며 “체인지업은 가장 자신 있는 구종인데, 구사에 어려움이 있으면 전체적인 계획을 다 바꿔야 할 정도로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분명 완벽하게 경기를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힘으로 이겨내는 투구를 하며 상대의 의표를 찌른 것이다. 마치 한화 시절의 류현진을 연상케 했다. 그는 “직구와 커터, 커브가 좋았기에 7회까지 버텼다”고 덧붙였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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