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리포트] 팀 최고→리그 최고→역대 최고? NC 양의지, 진화의 끝은 어디인가

입력 2021-06-2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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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양의지. 스포츠동아DB

야구도사, 야구장인, 야구천재. 아무리 과한 타이틀도 양의지(34·NC 다이노스)에게는 찰떡처럼 어울린다. 이미 리그 최고 포수 반열에 올랐고, KBO리그 40년 역사 최고 타이틀도 임박한 분위기다. 양의지의 ‘커리어 하이’는 매년 경신되고 있다.

NC는 22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5-2로 이겼다. 사직구장 7연승이다. 선발투수 이재학이 시즌 처음으로 5이닝을 채우며 무실점으로 버텨줬고, 4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장한 양의지가 5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으로 타선을 이끌었다.

첫 타석을 땅볼로 마친 양의지는 0-0으로 맞선 4회초 1사 1루서 선제 결승 2점포를 때려냈다. 볼카운트 1B-1S서 롯데 선발 박세웅의 3구째 바깥쪽 슬라이더(135㎞)를 밀어 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벌써 시즌 17호 아치.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 최정(SSG 랜더스·이상 16홈런)을 제치고 홈런 단독선두로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시즌 39홈런 페이스. 지난해 33홈런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었는데, 이를 1년 만에 갈아 치울 기세다.

비단 홈런 부문만 커리어 하이 태세가 아니다. 양의지는 올 시즌 장타율 0.664를 기록 중이다. 단일시즌 포수 장타율 1위는 2015년 강민호(당시 롯데·현 삼성)의 0.639다. 양의지는 이 기록도 가시권에 두고 있다.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해 OPS(출루율+장타율) 1.1 고지를 지킨다면 이 역시 포수 최초의 위업이 된다.

이동욱 NC 감독은 올 시즌 양의지를 포수보다 지명타자로 더 자주 기용하고 있다. 팔꿈치 상태가 온전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곧 ‘양의지라는 완성형 타자가 타격에만 집중하면 어떤 성과를 보일까’라는 질문에 해답이 되고 있다. 점차 포수 출장 비중이 늘어날 전망인데, 양의지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환경이다.

아직 시즌의 반환점도 돌지 않은 시점이라 이른 얘기지만, 지금의 흐름을 이어간다면 홈런왕 타이틀도 욕심을 내볼 만하다. 역대 포수 홈런왕은 이만수(1983~1985·3년 연속)와 박경완(2000·2004년)뿐이다. 그나마도 2004년 이후 자취를 감췄다. 이미 2019년 타율 0.354를 기록하며 1984년 이만수 이후 35년만의 포수 타격왕을 차지했던 양의지이기에 17년만의 포수 홈런왕에 대한 기대감도 고개를 들고 있다.

양의지는 올 시즌을 앞두고 “솔직히 지난해에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올해는 이걸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빈말은 아니었다. 역대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인 포수가 2년 연속 같은 수준을 보여주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2021년 양의지는 그 불가능을 해내고 있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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