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시구·시타하던 꼬마가 어엿한 프로로, 스토리 쌓여가는 KBO리그

입력 2021-06-25 11: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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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같이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을 견디는 이유. 동경하는 스타들과 함께 그라운드에서 뛰는 자신을 그리기 때문이다. 아마추어선수에게 프로경기장은 꿈의 무대다. 소년들에게 그 기회가 주어진다면? 며칠 전부터 잠을 설쳐가며 설렘을 감추지 못한다. 잠시지만 평생의 동기부여가 된다.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에는 어린 시절 프로야구장에 섰던 추억을 지닌 이들이 여럿 있다.

“인연이 이렇게 이어질 수도 있구나”

2010년 4월 23일. 김휘집(19·키움 히어로즈)에게 11년 전 이날은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다. 목동 KIA 타이거즈-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전. 히어로즈 리틀야구단이 있는 양목초 3학년 김휘집은 시타자로 나섰다. 그해부터 야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그에겐 행운과 같은 기회였다. 포수 강귀태(은퇴)는 타석에 선 김휘집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주먹 하이파이브를 건넸다. 김휘집은 “언제 다시 프로 타석에 설지 모르니 시원하게 스윙하고 오겠다고 생각했던 게 지금도 기억난다”며 “매일 목동에 가서 히어로즈를 응원하곤 했다”고 회상했다.

키움은 2021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 김휘집을 지명했다. 신일고에서 아마추어 최고수준의 내야수로 평가 받았기에 별다른 이견도 없었다. 김휘집은 “지명 직후 많이 놀랐다. ‘인연이 이렇게 이어질 수도 있구나’라고 한참을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2019년 삼성 1차지명, 10년 전에 정해졌다”

10여 년 전의 감동을 생생히 기억하는 것은 김휘집뿐이 아니다. 원태인(21·삼성 라이온즈)은 2005년 4월 30일 대구 KIA전에 앞서 시민구장 마운드에 올라 시구를 했다. 원민구 경복중 감독의 아들로 어릴 때부터 야구가 익숙했고, 지역방송 프로그램에 ‘야구천재’로 소개되며 일찌감치 유명세를 탔다. 시구 당시는 초등학교에도 입학하기 전. 이후 경복중~경북고를 거치며 대구 지역 에이스로 이름을 떨쳤고, 2019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홍준학 삼성 단장은 원태인 지명 직후 “2019년 1차지명은 10년 전에 이미 정해진 것과 다름없었다. 어떤 모습으로 지명할지 궁금했는데 기대대로 잘 성장해줬다”며 스토리를 더했다. 2021년 1차지명자 이승현(삼성), 장재영(키움), 신범준(KT 위즈)도 아마추어 시절 현 소속팀 시구자로 초청된 바 있다. 인연의 힘이 이렇게 무섭다.

다양한 스토리, 풍성해지는 KBO리그

시구·시타자 선정은 구단의 재량이다. 인기가 많은 연예인들부터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인사들까지 다채롭다. 어찌 보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아마추어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이들의 성공을 지켜보는 것은 구단의 자산이 된다. 키움 관계자는 “시타로 인연을 맺었던 리틀 출신 김휘집이 훌륭하게 성장해줘서 기쁘다”며 “제2, 제3의 김휘집이 나올 수 있도록 유소년야구 저변 확대와 어린이 야구팬 확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 역시 “지역 출신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된다면 행사에 의미가 더 크다”며 “앞으로도 프로구단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40년 역사. ‘야구인 2세’가 흔해졌을 만큼 KBO리그에는 다양한 스토리가 쌓이고 있다. 시구와 시타를 하던 꼬마들이 어엿한 프로선수로 성장한 장면은 팬들에게 흐뭇함을 안겨준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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