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리뷰] ‘블랙 위도우’ 비로소 회수된 떡밥들…하지만 헛헛한 (종합)

입력 2021-06-30 01: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흔히들 ‘연애’보다 ‘썸’이 더 좋다고들 한다.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는 관계, 밀고 당기며 빠져드는 단계 그래서 더 떨리는 ‘썸’. 영화 ‘블랙 위도우’를 보며 왜 이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용아맥(CGV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 명당에서 간만에 ‘볼 맛’나는 영화를 즐기고 나오면서도 묘하게 남는 이 헛헛함이란.

오는 7월 7일 오후 5시 전세계 동시 개봉하는 ‘블랙 위도우’는 지금껏 공개되지 않았던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의 숨겨진 과거와 모든 것을 바꾼 선택의 단초가 되었던 이야기를 담았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역대 최고 오프닝, 역대 외화 흥행 1위 등을 기록하며 흥행 역사를 다시 쓴 마블 스튜디오의 2021년 첫 액션 블록버스터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블랙 위도우’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사이의 알려지지 않은 블랙 위도우의 이야기를 그린다. 암살자, 스파이, 어벤져스 등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온 그의 첫 솔로무비이자 숨겨진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작품. 그간 마블 시리즈에서 퍼즐 조각처럼 흩어졌던 블랙 위도우의 과거를 모두 모아 완성된 그림을 러닝타임 134분 동안 관객들에게 아낌없이 보여준다.



앞선 솔로 무비 속 어벤져스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나타샤 로마노프 또한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된다. 트라우마로 괴로워하는 모습도 스스로 나아가는 모습도 똑 닮았다. 다만 무게감이 있다. ‘아이언맨’이 산미 넘치는 커피였고 ‘스파이더맨’이 스파클링 에이드였다면 ‘블랙 위도우’는 흑맥주처럼 무겁고 진하다. 유머에는 소질이 영 없다.

블랙 위도우는 ‘과거’의 시작인 레드룸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다양한 캐릭터들과 얽히고설킨다. 먼저 할리우드 신예 스타 플로렌스 퓨가 ‘레드룸’의 최정예 킬러 ‘옐레나 벨로바’ 역을 맡아 MCU에 새롭게 합류했다. 블랙 위도우와 과거 함께 지내온 사이로 함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분량이 스칼렛 요한슨보다 많다고 느껴질 정도로 임팩트가 강하다. 전략가 ‘멜리나 보스토코프’ 역은 배우 레이첼 와이즈가 낙점, 레드룸 프로젝트에 긴밀히 연결된 1세대 블랙 위도우를 맡았다. 러시아 최고의 슈퍼솔져 ‘레드 가디언’은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로 국내 관객들에게 친숙한 데이빗 하버가 연기했다.

이들이 ‘블랙 위도우’에서 선보이는 액션은 “역시 마블”이라는 감탄이 나올 정도로 화려하다. 부다페스트의 거리 한복판 거대한 장갑차에게 쫓기는 아찔한 추격신과 역대급 폭발신 등 고난도 액션이 펼쳐진다. 신(神)도 아이언맨도 아닌 ‘인간’들의 액션이지만 남성들의 것보다도 더욱 거칠고 사나운 여성들의 액션. 스칼렛 요한슨과 플로렌스 퓨가 호흡을 맞추는 다양한 액션들은 긴장감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그렇게 ‘블랙 위도우’는 나타샤 로마노프에 대한 결정적인 떡밥들을 하나둘 거두며 엔딩에 다다른다. 세대 교체도 예고한다. 블랙 위도우의 과거가 낱낱이 밝혀지지만 마냥 기쁘거나 통쾌하지는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떡밥을 회수한다는 건, 그것이 곧 끝이라는 것이니까.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을 본 관객이라면 블랙 위도우의 마지막을 이미 알고 있지 않나. ‘블랙 위도우’를 보고 나니 영화가 주는 즐거움만큼 이제 정말 나타샤를 보내줘야만 한다는 아쉬움도 진하게 남는다. 쿠키 영상은 1개.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