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김연경 시대의 끝과 대한배구협회가 할 일

입력 2021-06-29 19:19: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김연경. 사진제공|FIVB

2006년 세계여자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15년간 여자대표팀을 이끈 김연경(33)의 시대가 마무리되고 있다. 김연경이라는 특출한 선수의 등장으로 한국여자배구는 2012런던올림픽 4강,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8강, 2020도쿄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큰 성과를 냈다. 남자대표팀이 2000시드니올림픽 이후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과 비교하면 김연경이 어떤 존재인지는 능히 짐작이 간다
통상적으로 대표팀은 올림픽을 기점으로 4년 주기의 세대교체를 진행해왔다. 한 팀이 구성돼 충분한 실전경험으로 조직력을 다지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올림픽이 끝나면 새 얼굴들을 중심으로 다음 대표팀을 만들고, 이들이 4년 뒤 올림픽에서 정점을 맞이하도록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 대한배구협회(KVA)가 할 일이다. 이 그랜드 디자인이 탄탄하고 정교해야 대표팀의 미래가 밝아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제배구대회의 시간표는 이전과 달라졌다. 도쿄올림픽을 마치고나면 아시아선수권대회가 기다린다. 이번 달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부터 시작해 강행군의 연속이다. 아시아선수권에 어떤 선수들을 파견할 것인가를 놓고 KVA는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

김연경. 사진제공|FIVB



몇몇 베테랑 선수들은 도쿄올림픽이 대표팀에서 마지막 봉사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선택도 존중해줘야 한다. 국가대표로 이미 많은 헌신과 봉사를 했던 선수들이 명예롭게 떠날 기회를 줘야 다음을 도모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의 성적을 위해 또는 다른 이유로 베테랑들을 더 붙잡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미래’라는 기준으로 보자면 여자대표팀의 물갈이는 필연적이다.

대표팀은 선수에게는 최고로 명예로운 자리다. 오래 대표팀을 위해 봉사해온 선수에게는 합당한 대우를 해주고 예우를 갖춰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들이 대표팀을 떠날 때 그동안 어떤 성과를 냈는지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스포츠는 기록의 분야다. 오랜 세월이 흘러 그 선수가 뛰는 모습을 직접 보진 못했더라도 대중은 기록으로 그 선수가 남긴 족적을 확인할 수 있다. 기억은 순간이고, 기록은 영원하다.

김연경. 사진제공|FIVB



아쉽게도 그동안 KVA는 기록보존에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협회의 행정미숙으로 은퇴한 대표선수가 당연히 받아야 할 연금을 받지 못한 일까지 벌어진 이유다. 뒤늦게 문제를 발견한 KVA는 잘못을 인정하고 문제를 수습했다.

그 후 대표선수들의 기록을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을 것으로 믿지만, 현재 KVA 홈페이지 어디에도 대표선수의 개인 누적기록이 보이진 않는다. 홈페이지 개편 과정에서 따로 보관하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아니라면 지금부터라도 대표선수들의 개인기록을 모두가 쉽게 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배구팬이라면 김연경이 대표팀을 떠날 때 국가대표로 몇 경기, 몇 세트를 뛰고 몇 점을 기록했는지 알고 싶어 할 것이다. 물론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세심한 관리와 배려가 대표팀을 지금보다 더 영광스러운 자리로 만들 수 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