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MVP] 팀만 강해진 게 아니다…KT 에이스, 건강히·더 강해져서 돌아왔다

입력 2021-07-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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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DH 2차전 경기가 열렸다. kt 선발투수 고영표가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잠실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주무기 체인지업 흔들려도 슬라이더로 활로 개척
벌써 KT 단일시즌 토종 최다 QS 신기록도 작성
“주위에선 1회 3점 주면 ‘줄 거 다 줬다’고 해요”
팀 전력이 아직 궤도에 오르기 전 ‘소년가장’의 역할을 도맡았다. 자신이 빠진 사이 비로소 성적을 내기 시작했으니 아쉬울 법도 한데 오히려 “내가 합류했을 때 더 강하게 만들고 싶다”는 말로 각오를 대신했다. 복귀 첫 해부터 구단 신기록. 고영표(30·KT 위즈)의 발걸음은 이제 막 시작일 뿐이다.

KT는 30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4-3으로 승리해 단독선두를 사수했다. 1회초 2점을 뽑고도 1회말 오지환에게 3점포를 내주며 리드를 빼앗겼다. 하지만 4회초 장성우의 땅볼로 균형을 맞췄고, 5회초 황재균의 적시타로 역전까지 해냈다. 4-3의 불안한 리드, 승리를 챙긴 건 마운드의 힘이었다. 그 중에서도 7이닝 4안타 1홈런 1삼진 3실점으로 호투한 고영표가 빛났다. 올 시즌 13번째 등판에서 12번의 퀄리티스타트(QS·선발투수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2018년 금민철(11QS)을 넘어 구단 토종선발 최다 신기록을 썼다.

12QS 기준 최소경기 2위이기도 하다. 2008년 손민한(당시 롯데 자이언츠), 2010년 류현진(당시 한화 이글스)이 12경기서 12QS를 작성했다. 고영표는 1994년 정민철, 1995년 조계현, 2020년 구창모와 나란히 13경기 13QS를 기록하게 됐다.

KT 고영표가 30일 잠실 LG전에서 7이닝 3실점으로 쾌투하며 팀 승리를 이끈 뒤 인터뷰 중이다. 잠실|최익래 기자



고영표는 2018시즌을 끝으로 사회복무요원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했다. 공교롭게도 고영표가 없는 2019년 창단 첫 5할 승률을 기록하더니 지난해 창단 첫 포스트시즌까지 밟았다. 고영표로서는 아쉬울 법했지만, 올 시즌에 앞서 인터뷰에서 “내가 없는 동안 팀이 강해졌다. 내 자리를 장담할 수 없다”며 “KT가 나와 함께 더 강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짐은 불과 반 시즌 만에 현실이 됐다. 고영표는 ‘1위 팀 토종 1선발이라는 수식이 어떤지’에 대한 질문에 “강팀에 적응을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 순항이 의미가 있다. 1위하는 중에 토종 선발로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 중”이라고 자평했다. 스스로를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는 고영표에게 이정도면 극찬이다.

특히 이날 LG전은 개인적으로도 한 뼘 더 성장했다는 의미가 있다. 1회말 오지환에게 체인지업으로 홈런을 내주는 등 체인지업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불펜피칭 때부터 느꼈던 게 현실로 바뀌는 순간. 전반적으로 존 바깥쪽에 형성되는 체인지업을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2~3번 변화구인 슬라이더, 커브를 적극 구사했다. 좌타자 몸쪽을 공격적으로 파고들었기 때문에 LG로서도 공략이 쉽지 않았다. 고영표는 “2회부터 몸쪽과 슬라이더를 쓰자고 생각했다. 오늘 경기로 로케이션을 폭 넓게 잡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고영표의 말처럼 그가 떠난 사이 ‘팀 KT’는 강해졌다. 하지만 강해진 것은 KT만이 아니다. 고영표도 멘탈, 기량 모든 면에서 몇 배는 더 성장해서 돌아왔다. 이런 동반성장 스토리는 언제나 옳다. 고영표의 팀 토종 QS 신기록은 어쩌면 시작단계일 뿐일지 모른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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