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도쿄올림픽 참사…KFA 수뇌부, 김학범의 뒤로 숨지 말라

입력 2021-08-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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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에 출전했던 김학범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이 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김학범호’는 메달 획득을 노렸지만 멕시코와 8강전에서 3-6으로 참패하며 탈락했다. 인천국제공항|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한국축구의 사상 2번째 올림픽 메달 도전은 좌절로 끝났다. 잠시나마 꿈꿨던 역대 최고의 성적 대신 4강 진출 실패로 마무리됐다. 조별리그를 2승1패로 통과한 뒤 맞이한 멕시코와 8강전은 참사였다. 전반에만 3골을 내준 끝에 3-6으로 무너졌다.

성적으로 실력을 입증하는 김학범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당연히 책임을 짊어질 수밖에 없다. 대회 결과도 그렇지만, 준비과정은 더욱 미흡했다. 특히 와일드카드(만 25세 이상)를 비롯한 선수 선발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조직력을 탄탄히 구축하지 못한 채 올림픽에 무모하게 도전했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도쿄올림픽 참사가 오직 김 감독만의 잘못인지는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축구협회(KFA) 집행부의 안일함이야말로 간과할 수 없는 아주 큰 문제다.

KFA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교적 투명한 프로세스로 호평을 받았다.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중심을 이룬 기술 파트는 굉장히 선진적으로 운영됐다. 국가대표팀은 물론 23세 이하(U-23) 등 각급 연령별 대표팀 코칭스태프 선임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됐고, 대회 준비 역시 철저한 협업을 통해 이뤄졌다.

또 주요 대회가 끝나면 리뷰 시스템이 따랐다. 현지에 파견된 기술연구그룹(TSG)이 내놓는 대회 리포트를 기반으로 여러 문제들을 철저히 짚었고, 이를 보완하면서 다음 대회를 대비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런데 올해부터 뭔가 달라졌다. 정몽규 회장이 3선에 성공한 뒤 수뇌부가 바뀌면서 다시 예전과 같은 밀실행정의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외부인사들을 끌어들여 거창하게 ‘열린 시스템’으로 포장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비전문가들이 가득한 비효율적 조직으로 보일 뿐이다. 여기에 중심을 잡아야 할 핵심층은 구세대에 가깝다. 귀를 닫고 소통이 사라진 듯한 인상이 다분하다.

신임 집행부 체제에서 맞이한 첫 메이저대회인 도쿄올림픽은 역시나 심각했다. KFA 수뇌부는 ‘김학범호’를 전혀 지원하지 못했다. 일본은 연말부터 담당자를 지정해 해외파 차출을 위한 클럽 설득에 나섰는데, KFA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핑계로 현지를 찾지 않았다. 결국 김 감독은 선수가 직접 구단을 설득하는 데 기대를 걸었고, 실제 그랬다.

심지어 올림픽 기간에는 황보관 대회기술본부장이 선수단장으로 선수단을 통솔했다. ‘김학범호’ 출범부터 코칭스태프와 머리를 맞대며 각급 대회를 준비해왔고, 올림픽에서도 그렇게 했어야 할 김 위원장은 완전히 배제됐다. KFA는 TSG 위원조차 동행시키지 않았다. 누구보다 현재의 U-23 선수들을 잘 알고 코칭스태프를 도울 수 있는 인물들을 배제한 결과, 멕시코전의 참사가 벌어졌다.

정 회장의 사과문 하나로 끝날 일이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만든 사람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 당장 1년 뒤 2022카타르월드컵 본선이 다가오고 있음을 잊어선 안 된다. 거꾸로 돌아가려는 KFA는 지금이라도 다시 상황을 점검해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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