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더워 죽겠다고 하는데…도쿄 날씨 옹호한 ‘육상 레전드’ 칼 루이스

입력 2021-08-0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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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반환점을 돌아 종착역을 향하고 있는 2020도쿄올림픽은 3가지 악재가 겹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층 더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태풍을 거쳐 폭염까지 일본열도를 휘감고 있다. 3일에도 한낮 기온은 섭씨 34도에 육박했고, 습도는 64%에 달했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 각국 선수들의 불만은 대단하다. 지난달 23일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양궁대표 스베틀라나 곰보에바는 열사병 증세로 실신했고,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25일 테니스 남자단식 1회전을 통과한 뒤 “너무 덥다. 바람도 안 분다. 끔찍스러운 날씨”라고 혀를 내둘렀다. ROC의 또 다른 남자테니스선수 다니엘 메드베데프는 “경기를 뛰다 죽으면 대체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호소했다.


올림픽 현장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을 확인한 주요 외신들도 선수보호에 아랑곳하지 않는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틈날 때마다 질타하고, 일본 매체들이 이를 다시 반박하면서 논란이 반복되는 형국이다.

칼 루이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런데 모두가 꼭 같은 입장은 아닌 것 같다. 대표적 인물이 ‘육상 레전드’ 칼 루이스(50·미국)다. 1984년 LA올림픽 4관왕(남자 100m·200m·400m 계주·멀리뛰기)을 시작으로 1988년 서울올림픽 2관왕(멀리뛰기·100m),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2관왕(멀리뛰기·400m 계주),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멀리뛰기 우승자인 그는 최근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즈를 통해 “더운 날씨는 대부분의 육상 단거리선수들이 선호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유는 이렇다. 더위가 근육 수축을 막고, 공기저항을 감소시켜 단거리와 멀리뛰기 등에서 성과를 올리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휴스턴대학 육상부에서 어시스턴트 코치로 활동하는 그는 “현재 도쿄의 기후는 바람이 없는 카리브해와 유사하다”며 자메이카를 포함한 카리브해 연안국들의 선전을 예상했는데, 실제로 자메이카가 여자 100m 시상대를 독식하고 쿠바와 도미니카공화국이 분전하는 등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일부 선수들도 루이스의 이야기에 공감한다. 2019도하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200m 챔피언 노아 라일스(24·미국)는 “레이스를 앞두고 비가 내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가장 빨리 뛸 수 있다”고 말했고, 남자 400m 허들 은메달리스트 라이 벤저민(25·미국)도 “추우면 근육이 단단하게 뭉쳐 부상 우려가 크다. 차라리 더운 것이 낫다”고 밝혔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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