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어느새 500일…초심 잃지 않고 간호하겠다”

입력 2021-08-26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서울아산병원이 코로나19와 싸우는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우리들의 반짝이는 500일’을 출간했다. 확진 환자가 탄 휠체어를 병실로 이동시키고 있는 155격리병동 간호사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코로나격리병동 이야기 ‘우리들의 반짝이는 500일’ 발간

레벨D 보호구 착용하고 간호하는
격리병동 의료진들 34명의 이야기
마음 아팠던 사연·현장의 동료애
간호에 대한 고민과 편지 등 담아
“‘방 한 칸’ 같은 음압병실서 가족의 따뜻한 손길도 느껴보지도 못한 채 외롭게 세상을 떠났던 환자. 하필 그때 창밖 서울의 야경은 왜 이리 시리게 빛이 나던지. 그 상황이 너무 대조적이라 가슴이 아파 눈물이 맺혀 난감했다.”(강예정 간호사 ‘COVID-19와의 1년, 간호사로서의 나의 10년’)

코로나격리병동과 대응팀의 간호수기
결코 원치 않던 불청객, 코로나19가 일상을 점령한 지도 어느새 1년 반 가량이 지났다. 저마다 달라진 삶에 적응하느라 고달프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코로나19의 위험을 정면으로 마주보며 매일 누구보다 치열하게 사는 이들이 있다.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이다.

보기만 해도 숨 턱 막힐 듯한 두꺼운 레벨D 보호구를 전신에 착용한 채 지독한 여름 삼복더위에도 담담하게 방역과 진료에 나서는 그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늘 한없이 고맙고, 그리고 또 미안하기만 하다.

서울아산병원 ‘우리들의 반짝이는 500일’


서울아산병원이 최근 발간한 ‘우리들의 반짝이는 500일’은 코로나19와 싸우는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전신 보호구를 입어 둔감한 손, 옆에서 말해도 잘 들리지 않는 말소리, 움직일 때마다 느껴지는 보호복 속의 지독한 열기, 꽉 닫힌 병실 문과 휑한 복도가 마주한 격리병동의 일상이 담담한 어조로 담겨 있다.

지난해 3월 서울아산병원은 코로나19의 확산 속에서 안전하게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코로나19 전담 155격리병동을 신설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확진자나 고위험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투입할 수 있도록 간호부유행성감염병대응팀(e-EIDT, 이하 대응팀)도 편성했다.

이때만 해도 대부분 ‘짧으면 3개월, 길어도 5개월이면 다시 예전 근무지로 돌아가겠지’라고 예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지금도 위세를 떨치고 있고, 155격리병동이 문을 연 지도 어느새 500일이 지났다.

‘우리들의 반짝이는 500일’은 아직도 진행형인 코로나19와의 싸움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다. 서울아산병원이 155격리병동 이야기를 책으로 낸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9월 격리병동 운영 100일을 맞아 낸 ‘잊지 못할 2020년, 155격리병동의 100일 기록’에서는 의료진이 내면적으로 서서히 단단해지는 과정을 담았다.

서울아산병원 전경.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현장서 느낀 간호에 대한 고민과 성찰

비매품으로 나온 ‘우리들의 반짝이는 500일’은 격리병동과 대응팀 34명의 수기를 담았다. 환자를 치료하며 기쁘고, 때론 마음 아팠던 사연과 현장의 동료애를 ‘살면서 한번쯤 레벨D’, ‘응답하라 2021’, ‘Loving, Caring, Sharing. This is nursing!’, ‘This is NOT competition! #팀워크’, ‘함께여서 괜찮은 오늘’, ‘따로 또 같이’ 등으로 나누어 실었다.

“더 환자를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을 가지려 노력한다면 언젠가 그들에게 내 간호가 진심이었다는 것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초심을 잃지 말자. 왜 간호사가 되려 했는지…, 기억하자!”(하선경 간호사,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 ‘나’”)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모두 전쟁터 같은 격리병동의 현장에서 간호에 대한 고민과 성찰, 그리고 환자에 대한 돌봄의 가치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고 있었다.

서울아산병원 코로나 전담 155격리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레벨D의 전신 보호구를 입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2부 ‘오늘도 무사히, 가족들의 마음속 주문’에서는 누군가의 소중한 아들, 딸, 남편, 아내, 엄마, 아빠인 그들에게 가족이 보낸 격려의 편지를 담았다.

“코로나로 지쳐있을 딸에게, 걱정할까봐 격리병동으로 출근한다는 말을 하지 않고 몇 달 지나서야 어렵게 말을 꺼냈던 그날을 잊을 수 없구나(중략).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 우리 딸, 아빠는 항상 자랑스럽다.”(155격리병동 김윤영 간호사 아버지 응원글)

책을 기획한 이정수 서울아산병원 155격리병동 유닛 매니저는 “장기간 지속되는 코로나19에 몸과 마음이 지쳤지만, 책을 내면서 500일간 흘린 땀과 행복했던 순간을 돌아보니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라며 “앞으로도 확진 환자들이 건강하게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은 현재 코로나19 전담 격리병동을 비롯해 코로나19 격리 중환자실, 병원 내 선별진료소와 입원 전 코로나19 검사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7월 21일에는 서울시와 함께 서울시립대기숙사 생활치료센터를 개소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운영하는 생활치료센터에는 의사 3명, 간호사 5명 등 10여 명의 의료진을 파견해 무증상 및 경증 환자의 관리와 치료를 전담하고 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