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경기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서 김동연이 수비 테스트를 하고 있다. 수원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올해 트라이아웃 신청자 6명 중에도 특별한 사연을 지닌 이가 있다. 독립야구단 시흥 울브스에서 뛰고 있는 외야수 김동연(21)이다. 청각장애를 극복하고 지금까지 야구를 해온 것도 대단하지만, 프로무대에 도전한 용기만으로도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김동연이 정식 야구부에 소속됐던 시기는 충주성심학교에서 보낸 3개월이 전부다. 중학교 3학년 때 충주성심학교로부터 “동계훈련을 함께하자”는 요청이 왔고, 이를 받아들였다. 처음으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소속팀에서 ‘엘리트야구’를 시작한 것은 그에게 의미가 큰 일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리틀야구팀에서 뛴 것을 제외하면 정식 야구부에 들어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30일 경기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서 김동연이 타격 테스트를 하고 있다. 수원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김동연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있는 아버지 김강은 씨는 “어린 시절부터 취미로 야구를 했다. 정식 야구부에 들어간 것은 충주성심학교에 입학했을 때가 처음”이라고 돌아봤다. 김 씨는 이날도 새벽 4시부터 부산에서 수원까지 먼 길을 달려왔다.
그러나 3개월 만에 부산 배화고로 전학해야 했다. 김 씨의 건강이 악화되면서 이틀에 한 번꼴로 부산에서 청주를 왕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배화고에는 야구부가 없었다. 야구 아카데미에서 훈련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대구의 농아인야구단 호크아이에 입단했지만, 1년에 4차례 정도 경기를 뛰는 것만 가능했다.
그럼에도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졸업 후 일본 독립구단 고치 파이팅독스의 문을 두드렸다. 처음에는 아버지와 함께 생활했지만, 이후에는 혼자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했다. 적어도 프로무대에서 뛰는 동안 생활에 큰 어려움은 없으리란 사실은 확인했다. 김 씨는 “말이 조금 빠르거나 작은 목소리는 어렵지만, 간단한 말은 다 듣는다”고 설명했다.
30일 경기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 신인 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서 앞서 이종혁, 김서진, 황인주, 김동연, 임현준, 권광민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수원 | 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김동연의 롤 모델은 호세 알투베(31·휴스턴 애스트로스)다. 프로필 상 168㎝의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방면에서 재능을 뽐내고 있는 내야수다. 김동연도 어린 시절부터 육상과 탁구를 했던 터라 주력에 자신이 있다. 키는 177㎝으로 알투베보다 크다. 그는 “(알투베는) 키가 작은데도 잘 치고 할 수 있는 게 굉장히 많다”며 “알투베를 보며 많은 것을 느꼈고, 프로야구에 도전하겠다는 꿈도 커졌다. 나도 주력은 자신 있지만, 파워가 약하다. 더 가다듬어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연의 도전은 큰 울림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스스로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했다. 아버지도 “아들이 정말 훌륭하다. 만약 지명을 받지 못한다고 해도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했다는 자체로 의미가 크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동연을 비롯한 이번 트라이아웃 참가자들은 다음달 13일 열리는 2022 KBO 2차 신인드래프트에서 프로구단의 지명에 도전한다.
수원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