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큰 꿈은 무산됐지만…LG 정우영, 선명한 목표는 아직 남아있다

입력 2021-08-31 1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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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정우영. 스포츠동아DB

신인왕을 받은 뒤 ‘2년차 징크스’도 극복했다. 이제 ‘자신의 것’을 꾸준히 증명할 일만 남은 영건. 올 시즌 시작을 앞두고 세 가지 큰 목표를 세웠으나, 그 첫 단계는 무산됐다. 좌절은 이르다. 정우영(22·LG 트윈스)은 더 강해졌고, 두 가지 목표에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정우영은 30일까지 45경기에서 6승2패2세이브17홀드, 평균자책점(ERA) 2.77을 기록 중이다. 전반기 37경기에선 4승2패1세이브15홀드, ERA 3.52였다. 수치 자체는 나쁘지 않았으나, 좌타자를 상대로 고전하는 약점이 두드러지며 조금은 아쉬웠다. 이 성적이 아쉽게 느껴졌다는 자체가 정우영을 향한 높은 기대치를 드러낸다.


후반기 들어 더욱 진화했다. 표본이 많진 않지만, 8경기에 등판해 8.1이닝을 책임지며 ERA 제로(0.00). 2승1세이브2홀드를 챙기며 LG 필승조의 핵심으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허용한 안타는 단 1개에 불과하니 그야말로 ‘언터처블’이다. 복잡한 레퍼토리 대신 투심패스트볼 구사율을 80% 이상으로 올렸는데, 오히려 효과만점이다.


최근 만난 정우영도 “구위는 지금이 커리어 베스트인 것 같다. 지난해에는 구속이 더 나왔음에도 정타 허용이 많았다. 올해는 구위가 확실히 좋은 것 같다. 포수 (유)강남이 형도 ‘공이 진짜 좋아졌다. 떨어지는 각도도 좋다’고 칭찬해줬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 내 모습이 원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전반기 때 너무 안 좋아 속상했는데, 지금은 좋은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며 웃었다.


전반기에는 타자보다 자신과 싸우는 빈도가 더 잦았다. 그립도 바꾸고 손가락을 더 벌려보기도 하며 변화를 꾀했다. 그러다 깨달음이 찾아왔다. 그립이 아니라 자신감이 문제였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니 어떻게든 기술적 변화를 꾀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하자 결과가 따르고 있다. 여기에 기술적 변화를 ‘부수적’으로 곁들였다. 올림픽 브레이크 동안 투수판을 3루쪽으로 바꿨다. 일반적으로 사이드암은 왼쪽을 밟고 던지는데, 그는 오른쪽으로 옮겼다. 좌타자 상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좌타석과 한층 더 멀어졌는데, 오히려 우타자를 상대로도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정우영은 올 시즌에 앞서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2020도쿄올림픽 출전, 홀드왕, 그리고 LG 우승이다. 대표팀 발탁을 위해 가장 중요했던 6월 13경기에서 ERA 6.52로 고전하며 결국 태극마크는 멀어졌다.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때는 부상으로, 지난해에는 올림픽이 연기돼 태극마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는 “욕심이 너무 과해서 조급했던 것 같다”고 돌아보면서도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 팀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은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비운 마음이 오히려 도움이 될 터다. 홀드 부문 선두 우규민(삼성 라이온즈·19홀드)과는 2개차다. 정우영이 홀드왕 타이틀을 따낸다면 LG의 우승 확률도 높아진다. “우승이랑 홀드왕만 남았다. 욕심이 나는 건 사실”이라며 이를 악무는 정우영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결연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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