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매각 무산, 소비자 신뢰 또 잃었다

입력 2021-09-01 18:42: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남양유업 매각이 결국 무산되면서 오너가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월 4일 기자회견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진|공동취재사진

“남양이 남양했네” 누리꾼들 비판 이어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계약해제 통보
한앤컴퍼니도 소송 제기한 상황
남양 기업 이미지·신뢰 훼손 불가피
누리꾼들, 불매운동 불붙을 수도
일명 ‘불가리스 사태(유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면역에 도움이 된다는 허위 사실 발표)’가 야기한 남양유업 매각이 결국 무산됐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법률대리인인 LKB앤파트너스는 1일 사모펀드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를 상대로 주식매매계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홍 회장과 그의 일가가 남양유업 보유 지분 53%를 3107억 원에 한앤코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한 지 3개월 만이다.

홍 회장 “한앤코 탓” vs 한앤코 “사실 무근”

홍 회장이 1일 내세운 주식매매계약 해제 이유는 한앤코의 합의사항 이행 거부, 비밀유지의무 위반, 부당한 사전 경영 간섭 등이다. 홍 회장은 “57년을 일궈온 남양유업을 쉽게 말을 바꾸는 부도덕한 사모펀드에 넘길 수는 없다고 결심했다”며 “경영권 매각 약속을 지키려는 저의 각오는 변함없이 확고하다. 매수인과의 법적 분쟁이 정리되는 대로 즉시 매각 절차를 다시금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에 한앤코 측도 입장문을 내고 홍 회장 측 주장에 대해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계약은 계속 유효하다”고 반박했다. 특히 법원이 한앤코가 신청한 주식 매각 가처분 신청을 인용함에 따라 홍 회장이 한앤코 외에 다른 매수자에 회사를 넘길 길이 막히게 되면서 한앤코가 기선을 제압한 모양새다.

한앤코 측은 쟁점으로 떠오른 사전 합의사항에 대해 “홍 회장 측이 본 계약 발표 후 수용 곤란한 부탁을 해왔고, 8월 중순 이후에는 돌연 무리한 요구들을 거래종결의 선결 조건이라고 내세우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선결 조건, 쟁점으로 떠올라

홍 회장 측은 계약 체결 전 합의된 사항에 대해 한앤코가 이행을 거부했다는 주장인 반면, 한앤코는 계약 체결 이후 홍 회장이 무리한 사항을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며 결국 법정 공방을 통해 시비를 가리게 됐다. 향후 소송에서도 선결 조건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아이스크림 브랜드 백미당의 사업분할 및 오너 일가족의 남양유업 내 지위 보장 등으로 추정하고 있다.

회삿돈 유용 의혹으로 4월 보직 해임된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를 매각 발표 하루 전인 5월 26일 전략기획 담당 상무로 복직시키고, 차남인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을 같은 날 미등기 임원(상무보)으로 승진시킨 만큼 이들을 위한 사업체 분할 또는 지위 보장을 요구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인수 금액 외 추가적인 금액 요구가 선결조건에 포함됐을 수도 있다. 회사 매각이 성난 소비자의 불매운동에 쫓기듯이 진행된 탓에 3107억 원이라는 매각가가 오너가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싸늘한 소비자들, 불매운동 다시 일어나나

남양유업 매각이 무산되면서 홍 회장 등 오너가를 향한 소비자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1일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남양이 남양했다”, “남양스럽다”, “구멍가게도 아니고 매각을 손바닥 뒤집듯이 하는 최악의 기업”, “이제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 등 조롱 섞인 반응이 줄을 이었다. 한 누리꾼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대기업 지분을 놓고 사주와 사모펀드가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지 훼손과 시장 신뢰 상실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특히 홍 회장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5월 4일 홍 회장 본인이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공언한 회장직 사퇴와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공시된 남양유업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홍 회장은 사퇴를 공언한 지 4개월이 넘도록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으며, 상반기 보수로 8억 800만 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법적 공방이 본격화될 경우 기업의 이미지 추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재점화 가능성도 거론돼 실적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가에도 반영돼 이날 남양유업 주가는 전일 대비 1만 8000원(3.198%) 내린 54만 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