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투고타저인데 역대급 볼넷%…S존이 좁아도 너무 좁다

입력 2021-09-1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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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시즌 KBO리그가 ‘역대급 볼넷 풍년’을 맞고 있다. 투고타저의 흐름 속에서도 투수들이 볼넷을 남발하고 있는 탓에 좁은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문제제기 또한 이어지고 있다. KBO가 나서서 타이트한 스트라이크존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다. 스포츠동아DB

10.8%. 열 명이 타석에 들어서면 한 명은 볼넷을 고른다.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는 그야말로 ‘볼넷의 시대’다. 40년 역사상 가장 높은 볼넷 비율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투수들이 모처럼 힘을 내고 있는 ‘투고타저’ 경향 속에서 도드라지고 있는 현상이라,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다. 투수들의 수준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결국 KBO의 역할에 대한 성토로 이어진다.

투고타저, 하지만 볼넷은 역대급 페이스

13일까지 전체 523경기(72.6%)를 치른 가운데 볼넷은 4412개가 나왔다. 지금의 페이스로 시즌을 마칠 경우 6074볼넷이 나온다는 계산이다. 역대 최다는 물론 총 720경기 체제로 경기수가 많아진 2015년 이후로도 6000개를 넘긴 적은 없었다. 올 시즌 볼넷 비율은 10.8%. 역대 이 지표가 10% 이상이었던 적은 3차례(1992·2001·2009년)뿐이었다. 현재의 흐름이라면 종전 최다였던 2001년(10.4%)을 넘어설 기세다.



볼넷은 ‘만악의 근원’이다. 간혹 나오는 전략적 볼넷을 제외한다면, 투수 입장에선 타자와 제대로 붙어보지 못한 채 공짜로 1루를 내주는 기분을 느낀다. 많은 지도자들이 차라리 안타를 맞는 게 낫다며 볼넷을 줄이라고 세뇌에 가깝게 주문하는 이유다. KBO가 강조하는 스피드업 측면에서도 최소 공 4개를 연거푸 던져야 하는 볼넷은 최악일 수밖에 없다.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투수들의 간극이 벌어지고 있는 느낌이 강하다. 각 팀 1·2선발인 외국인선수에 토종 1·2선발인 4선발까지는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한다. 하지만 5선발 내지 불펜 추격조가 등판했을 때 볼넷이 훌쩍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금의 S존, 투수 성장 어려워”

투수 수준의 저하는 2020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아픔과도 맞닿아있다. 현장에선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불만이 임계점을 넘은 모양새다. 수도권 A팀 코치는 익명을 전제로 “심판별로 각자의 기준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존이 너무 타이트하다”고 하소연했다. 투수조련사로 정평이 난 양상문 SPOTV 해설위원은 “지금은 존이 확실히 좁다. 투수들이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스트라이크 판정은 심판의 고유 권한인데, 이 기준을 심판위원회 자체적으로 만들 순 없다. KBO가 현장과 머리를 맞대 이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KBO는 일률적인 스트라이크존을 기준으로, 경기별 판정을 심판 고과에 반영한다. 자연히 심판 입장에서도 보수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KBO는 올림픽의 아쉬운 결과를 받아든 뒤 쇄신을 다짐했다. 기술위원회에 데이터분석 전문가를 포함시키는 등 ‘과정’을 강조했다. 엔트리 구성이 과정이고, 국제대회 성과가 결과라면 리그 수준의 향상은 ‘시작’이다. 그 시작을 향한 고민이 더욱 필요한 때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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