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최원준이 2년 연속 10승을 신고했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을 2점대로 마무리하면 두산 소속으로 또 하나의 역사를 만들게 된다. 스포츠동아DB
2017년 신인드래프트 1차지명으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최원준은 지난해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전반기 막판부터 선발투수로 꾸준히 기회를 잡기 시작해 후반기 15경기에서 6승2패, 평균자책점(ERA) 3.51로 쾌투했다. 1구원승이 있다고는 해도 데뷔 첫 10승을 신고했기에 2021년 붙박이 선발투수로 자리매김하리란 기대가 상당했다.
그 기대에 부응했다. 6월까지 14경기에서 7승무패, ERA 2.40으로 압도적 페이스를 유지했다. 2020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에도 당당히 포함됐다. 3경기에 등판해 3.1이닝 소화에 그쳤지만, 개인에게 의미는 분명했다. 일반적으로 생애 처음 대표팀에 발탁된 선수들이 확실히 ‘스텝 업’하는 전례에 비춰봤을 때 더 좋은 모습이 예상됐다.
후반기 시작은 좋지 않았다. 올림픽 이후 후반기 첫 5경기의 ERA는 6.55. 컨디션에 관계없이 4사구가 많은 스타일은 아닌데, 유독 정타 허용이 잦았다. 하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꿋꿋이 기회를 줬고, 응답이 시작됐다. 6이닝 5안타 4삼진 2실점으로 시즌 10승째를 따낸 21일 잠실 NC 다이노스전은 그 증거였다. 김 감독은 22일 “달라진 건 없다. 구속은 오히려 시즌 초보다 안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강약 조절이 좋다. 구속에 비해 ‘공끝’이 좋은데 이를 잘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때 3.28까지 올랐던 시즌 ERA는 어느새 3.06까지 떨어졌다. ERA를 2점대로 낮춘다면 개인은 물론 팀에도 큰 의미가 있다. 전신 OB 시절을 제외하면 두산 토종 투수가 규정이닝 2점대 ERA로 시즌을 마친 사례는 3차례(2004년 박명환, 2006년 이혜천, 2012년 노경은)뿐이다. 최원준이 조금만 더 페이스를 끌어올린다면 9년만의 팀 기록을 쓰게 된다. 아울러 우완 사이드암으로 범위를 더욱 좁히면, OB 시절을 포함해도 1987년 김진욱(2.57)이 유일한 사례다. 최원준은 ‘팀 베어스’의 기록도 눈앞에 두고 있다.
컨디션이 안 좋아도 어떻게든 버티는 능력. 최원준은 정상급 선발투수의 덕목을 어느새 갖췄다. 지금의 기세라면 최원준의 두 가지 의미 있는 기록 달성도 그리 어렵진 않을 전망이다. 묵묵함이 더해져 만든 화려함. 최원준은 그렇게 에이스가 되어가고 있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