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위 ‘오징어게임’ 주연 못잖은 조연들의 힘

입력 2021-09-2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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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수가 연기한 노인의 참가번호 1번은 어떤 의미일까. 강한 자에 기생하는 김주령과 외국인 노동자 역 아누팜 트리파티는 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들은 ‘오징어게임’을 통해 또 다른 지옥을 드러내는 명연기를 펼쳤다.(왼쪽 사진부터) 사진제공|넷플릭스

오영수·김주령·아누팜 트리파티 등 ‘신스틸러’ 인기
참가자 1번역 오영수, 동아연극상 등 수상한 실력파
‘한미녀’ 김주령, 광기의 연기로 감독·관객 사로잡아
트리파티는 한예종 유학생 출신…충무로서 잔뼈 굵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인 신드롬급 인기를 이어가면서 새로운 ‘신 스틸러’를 선보이는 무대가 되고 있다. 감당할 수 없는 빚에 허덕이다 456억원의 상금을 노리며 목숨을 내걸고 게임에 참가한 이들 가운데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세 사람이 그 주역이다. 오영수(77), 김주령(45), 인도 출신 아누팜 트리파티(33)이다.

오영수는 456명이 1억원의 ‘목숨값’을 내놓고 모여든 ‘오징어게임’ 속 ‘참가 번호 1번’이다. 뇌종양을 앓으면서도 지옥 같은 현실에 뛰어든 그는 인생의 오랜 경험을 토대로 위기를 극복해간다. 때론 게임을 즐기는 듯, 아닌 듯한 표정으로 묘한 여운을 남긴다.

1968년 데뷔해 올해로 연기 활동 53년째에 접어든, 한국연극계 대표적인 배우로 꼽힌다. 1980년 극단 자유극장의 ‘백양섬의 욕망’으로 국내 최고 권위의 연극상인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수상했다. 1987년 이후 2010까지 국립극단에서 활약하기도 한 그는 대표적인 출연 영화인 2003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동승’을 비롯해 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스님 역할을 연기해 낯익다.

김주령은 극중 ‘한미녀’라는 이름으로, 강한 자에게 빌붙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캐릭터를 연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사실 그동안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해왔지만, 관객과 시청자의 시선에 제대로 들지 못했다. 2011년 영화 ‘도가니’를 함께 작업한 ‘오징어게임’의 연출자 황동혁 감독만이 그를 “눈여겨”봤다. 황 감독은 “순간적으로 돌변해 폭발하는 광기의 연기를 기억”하며 “이를 이번 캐릭터로 다시 잘 발현할 것”이라 믿었고, 배우는 감독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만큼 ‘오징어게임’은 김주령의 연기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이 되고 있다. 실제로 17일 ‘오징어게임’이 공개되기 전까지 400명대였던 SNS 팔로어가 28일 현재 50만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또 최근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맺었고, 또 다른 신작 ‘공작도시’에도 출연한다.

아누팜 트리파티는 악덕 기업주와 열악한 노동환경에 신음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전형을 연기했다. 순수한 면모의 파키스탄 출신 노동자로 보는 이들의 안타까운 정서를 자아낸다.

그런 그가 시청자 호기심을 더욱 키우는 것은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다. 인도에서 배우로 활동한 그는 2010년 한예종 외국인 장학생 전형에 합격하면서 한국 카메라 앞에 섰다. 영화 ‘국제시장’과 ‘럭키’, ‘침묵’, ‘승리호’ 등에 단역으로 출연해왔다. 최근 한예종 출신 누리꾼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그의 학창시절에 관한 글을 올리면서 이 같은 경력이 알려져 더욱 화제를 모으고 있다. 누리꾼은 “사람 참 좋았다”면서 “이렇게 인기를 끄는 걸 보니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 ‘오징어게임’의 모든 주역들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전문지 버라이어티는 최근 “한국 특유의 감수성과 세계인의 보편적 감정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를 ‘오징어게임’의 강점으로 꼽았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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