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정석은 편안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시청자와 소비자들에게 ‘무한 신뢰’를 쌓아가며 각종 CF를 섭렵했다. 그가 출연하는
광고브랜드 종류로 하루 일과가 완성된다는, 이른바 ‘조정석의 하루’라는 말까지 나오면서 ‘대세 중에 대세’로 떠올랐다. 사진제공|자담치킨
아파트·신용카드·음료·라면·마스크 등 CF 모델만 10개 브랜드 이상
영어교육 서비스 ‘야나두’ 광고로 폭풍 인기
편안하고 긍정적 이미지…소비자에게 신뢰
수십억 광고수입 모범납세하며 대통령표창
비슷한 콘셉트·지나친 이미지 소비 우려도
‘아침에 일어나면 ○○○○으로 머리를 감는다. 오전엔 오기로 하신 ○○○ 아주머니를 맞아 정수기 필터를 교체하고, (영어)공부를 한다. 오후엔 ○○카드를 들고 나가 쇼핑을 한다. 저녁에 ○○○ 브랜드 아파트인 집에 들어온다.’영어교육 서비스 ‘야나두’ 광고로 폭풍 인기
편안하고 긍정적 이미지…소비자에게 신뢰
수십억 광고수입 모범납세하며 대통령표창
비슷한 콘셉트·지나친 이미지 소비 우려도
2000년대 초반, 배우 이영애가 상당수 브랜드의 CF모델 자리를 꿰차면서 세간에 나돌았던 우스갯소리 ‘이영애의 하루’ 중 일부이다. 2008년 ‘MBC 스페셜’의 다큐멘터리 ‘나는 이영애다’에서 한국광고연구원 김경태 원장은 “그가 여성배우 중 가장 많은 브랜드의 광고모델로 활약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영애가 지닌 이미지가 광고를 통해 가장 뚜렷하게 발현되면서 소비자에게도 파급력을 미쳤음을 말해준다. 2020년대 초반, 이영애의 자리를 대신해 ‘○○○의 하루’를 지어낸다면 누가 제격일까. 배우 조정석이 단연 으뜸으로 꼽힐 만하다.
“야, 너두 영어 할 수 있어!”
14일 소속사 잼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에는 조정석이 광고모델로 활동 중이거나 활동한 브랜드가 12개 ‘외 다수’라고 적혀 있다. 이동통신, 신용카드, 음료, 라면, 독서 플랫폼, 마스크 등 다양하다. 이용자들이 특정 사항과 인물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 ‘나무위키’도 조정석이 10개 브랜드 광고모델임을 보여준다.
조정석은 연극·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하다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뜩이’ 캐릭터로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를 바탕 삼아 MBC ‘더킹 투하츠’ 등을 시작으로 일약 영화·드라마의 주연급 연기자로 면모를 갖춰갔다.
2016년 영화 ‘형’의 흥행과 아이슬란드 여행기를 담은 tvN ‘꽃보다 청춘’ 출연은 광고 행보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조정석의 ‘광고 대표작’이라 할 영어교육 서비스 ‘야나두’의 CF도 이때 노출됐다. 야나두 김민철 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회사 여직원들이 조정석을 모델로 추천했다”면서 드라마 ‘질투의 화신’, ‘형’ 등이 흥행하면서 “이미 핫한 배우가 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듬해 “야, 너두 영어 할 수 있어!”라는 대사로 더 널리 알려진 광고는 조정석이 “시크한 이미지”(김민철 대표)를 쌓는 중요한 무대로 남았다.
배우 조정석. 사진제공|호텔스컴바인
“편안함과 친근함의 힘”
소비자들도 조정석에 대한 신뢰를 쌓아갔다.2019년 말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소비자행태조사에서 조정석이 그룹 에이핑크의 손나은과 함께 모델로 나선 동원참치 CF가 ‘가장 기억에 남는 광고’ 3위에 올랐다. 광고는 그해 7월 론칭해 한 달여 만에 유튜브 조회수 1500만건을 넘길 정도로 회자됐다. 조정석은 지난해 ‘올해의 브랜드 남자배우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 같은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관계자들은 “편안함과 친근함”을 첫손에 꼽는다. 그가 새롭게 주연하는 영화 ‘행복의 나라’의 제작사 오스카10스튜디오의 장진승 대표는 “친근하면서도 편안한 이미지가 크게 어필하는 것 같다”면서 “영화와 드라마뿐 아니라 ‘꽃보다 청춘’ 등을 통해서도 자연스런 모습 그대로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조정석 자신도 ‘꽃보다 청춘’ “실제 내 모습”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진희 광고평론가는 광고계 관련 보도를 중심으로 하는 AP신문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분양 아파트 브랜드 안단테 CF가 “모델인 조정석이 호감을 더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편안하고 여유로운 공간으로서 집’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고 평가했다.
배우 조정석. 사진제공|에어데이즈
“이미지 소비” 우려도
조정석의 긍정적인 이미지도 한몫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가 출연 중인 tvN 관찰예능 프로그램 ‘슬기로운 산촌생활’의 연출자 박현용 PD는 “가장 큰 매력은 특유의 긍정적인 태도”라고 말했다. 박 PD는 ”촬영 도중 예상치 못하거나 힘든 상황에도 언제나 웃으며 분위기를 밝게 하려 끊임없이 노력한다“면서 ”이 같은 카메라 밖 노력과 모습이 전해져 많은 시청자에게도 사랑받는 게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조정석은 올해 모범납세자로서 대통령표창을 받고 국세청 홍보대사가 됐다. 수입에 해당하는 적절한 세금을 성실히 납부했다는 의미이다. 톱스타급 광고모델료가 건당 최소 5억원 이상이라는 광고계 안팎의 추산에 비춰 조정석의 성실함을 엿보게 한다. 야나두 김민철 대표는 CF 촬영 당시 ”그가 정말 연습을 많이 해왔다“면서 ”성공할 것 같다는 예감과 판단에 장기계약을 맺었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돌이켰다.
다만 이 같은 활약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이미지를 지나치게 소비한다”거나 “엇비슷한 콘셉트의 광고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소속사 잼엔터테인먼트의 한 고위 관계자는 14일 “배우의 이미지를 고려해 작품은 물론 광고모델 활동과 관련한 선택에도 고민한다”면서 “관련 우려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